[공연]박하나의 키스더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발관리를 받으러 네일숍에 갔다. 거품이 보글보글 오르는 스파에 발을 담그니 천국이 따로 없다. 마침 한 모녀가 가게문을 열고 들어온다. 엄마도 딸도 참 곱다.
“엄마, 손이랑 발 모두 하려면 두시간쯤 걸린대요. 관리받으면서 푹 주무세요.”
딸은 엄마의 이마에 뽀뽀를 쪽 하더니 지갑을 연다. 최고급으로 해달라며 수표를 내민다. 물끄러미 지켜보다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네일숍을 나서면서 쿠폰을 샀다.
“엄마, 이 쿠폰으로 집 앞에 있는 네일숍에 가서 발관리 좀 받아.”
“얼만데?”
“오만원”
“내가 골이 확 비었니. 그런데 돈을 쓰게. 너도 참 너다. 저축할 돈도 없다며 그런데다 돈을 들이니.”
말싸움은 그렇게 시작됐다. 성의를 무시했다고 큰소리를 땅땅 칠때만해도 전세는 유리했다. 고액연봉자인 엄마친구 딸래미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헐레벌떡 방으로 숨긴 했지만.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는 딱 이렇게 폼 안나는 모녀관계를 다룬다. 서른세살 노처녀딸과 순대국집 주인인 엄마는 사사건건 부닥친다. 번듯한 직장도 없이 인터넷방송에서 CJ(사이버자키)를 하는 딸 박지선은 제방에 틀어박혀 기타줄을 튕기며 노래나 하는게 낙이다. 엄마 박정자는 서운하고 답답하다. 대학까지 나온 딸이 왜 저러고 사는지 도통 모르겠다. 도너츠를 튀겨 파는 딸의 남자친구도 눈엣가시다.
결코 좁혀지지 않을 것 같은 간극은 예기치못한 사고 덕에 오므라든다. 마이크를 만지다 감전된 지선이 과거로 돌아가 스물 여섯 처녀의 엄마 박정자와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세레나데가 시작된다.
독하디 독한 순대국집 아줌마가 수줍음 많고 새침한 아가씨였다니. 노래 따위 집어치우라고 악을 쓰던 엄마가 한때는 잘나가던 포크가수였다니.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그 좋아하던 음악도 그만두고 억척 아줌마로 변신하는 모습에 지선은 가슴을 친다.
그제서야 깨닫는다. 엄마의 악다구니는 ‘나처럼 살지말라’는 절규였구나. 징그럽도록 자신과 닮은 딸에게 상처를 줘서라도 ‘닮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거구나.
1시간 40분의 공연은 볼거리 들을거리로 빼곡하게 찬다. 1970년대로 시간을 돌리긴했지만 그 시절 노래를 그대로 가져다 쓴게 아니다. 작곡가 노선락과 작사를 맡은 오미영 연출자는 열네곡의 넘버를 정성껏 지어 올렸다.
암전이 될 때마다 객석을 흥분시키는 것은 역시 멀티맨 김성현이다. 이번엔 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관객들은 웃을 준비부터 하고 본다. 딱 한 장면, 젊은 시절의 엄마가 아빠와 다투고 헤어지는 후반부가 다소 늘어진다는 느낌을 준다. 그 부분만 보완하면 참 좋겠다.
/[email protected]박하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