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대우일렉 부활의 조건/김경수기자

파이낸셜뉴스

“삼수생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대우일렉(옛 대우전자)에 대한 매각 절차가 최근 두 차례나 연거푸 무산되자 회사 내부에서 터져 나온 한숨 섞인 반응이다. ‘탱크주의’를 표방하며 국내 가전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대우일렉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사겠다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국내에서 새 주인을 찾지 못해 해외 매각까지 추진했지만 결과는 1, 2차 모두 무산됐다. 이처럼 대우일렉에 대한 인수업체들의 프러포즈가 성사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2차 매각 과정에선 최종 본계약을 앞두고 1000억원대의 우발채무가 발생하면서 우선협상자인 모건스탠리PE가 인수 포기를 선언하게 됐다. 약혼을 하고 나서 상대편이 수억원의 카드빚을 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셈이다. 대우일렉의 시어머니 격인 채권단의 지나친 관여도 문제다.

대우일렉의 구조조정을 주도해온 채권단은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폐업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대우일렉의 부활을 위해선 과거 기술기업의 이미지를 하루 빨리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우일렉의 차별화된 기술력이 예전보다 적다는 경쟁사들의 지적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최근 대우일렉이 주부들의 허리 보호를 위해 개발한 아이디어 드럼세탁기 ‘클라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희망적인 신호다. 과거 세계 최초로 공기방울 세탁기를 개발했던 대우전자의 위상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연구 개발비에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대박 낸 아이디어 제품 하나가 쓰러져가는 기업을 되살릴 수도 있다는 희망의 불씨까지 꺼지도록 해선 안 될 것이다. 대우일렉의 근성으로 여겨지는 끊기 있는 기술 개발을 통해 고달픈 M&A의 길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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