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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북] 지구촌 쥐락펴락하는 ‘슈퍼클래스’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1 16:25

수정 2014.11.05 12:24



■슈퍼클래스(데이비드 로스코프 지음/더난출판)

권력의 정점에서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슈퍼클래스’로 이름지어진 글로벌 파워 엘리트들이다. 그들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 걸쳐 수백만 명의 삶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슈퍼클래스의 일원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며, 종종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권력을 확대해나가기도 한다.

클린턴 정부 시절 상무부 부차관을 역임한 데이비드 로스코프는 세계를 지배하는 권력 위의 권력 집단을 해부한 ‘슈퍼클래스’(더난출판)를 펴냈다. 저자는 다양한 자료조사와 인터뷰를 토대로 상상할 수 없는 권력과 부를 손에 쥔 슈퍼클래스가 출현한 과정, 영향력, 부와 권력의 정도, 그들의 네트워크, 과거와 미래,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 등 슈퍼클래스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들의 삶은 슈퍼클래스로부터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상위 20%가 하위 80%를 대체한다는 ‘팔레토 법칙’을 거듭 적용했을 때 60억 인구 중 6000명, 다시 말해 100만명 중의 한 사람이 나머지 99만9999명의 삶을 지배한다고 한다. 이 말이 실감나지 않는다면 빌 게이츠의 영향력이나 부시의 말 한마디가 이라크인의 삶에 어떤 결과를 미쳤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로스코프에 따르면 슈퍼클래스에 속한 파워 엘리트들의 평균 나이는 58세, 미국과 유럽의 갑부들이 61%를 차지하며 성별로는 남자가 94%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체나 금융회사를 소유한 기업가들로서 그들 중 1/3이 하버드와 예일 등 20개의 명문대학 출신이다.

이러한 특징을 토대로 ‘현재의’ 슈퍼클래스를 꼽아보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 등 정치권력자들이 포함된다. 또 스티븐 슈워츠먼(블랙스톤 그룹 회장), 루퍼트 머독(미디어 그룹 뉴스코퍼레이션 CEO), 카를로스 슬림 헤루(멕시코 통신업체의 거물), 렉스 틸러슨(엑슨 모빌 회장), 락시미 미탈(인도 철강기업 미칼스틸 회장), 미하일 호도로프스키(러시아 독점 재벌), 마크 주커버그(페이스북닷컴 회장), 세르게이 브린과 레리 페이지(구글 창업자), 압달라 쥬마(사우디 아람코 회장), 몬제르 알 카사르(시리아의 무기매매상), 쉐이크 하마드 빈 타메르 알 사니(알자지라 회장), 오프라 윈프리(방송인), 안젤리나 졸리(영화배우), 보노(U2의 보컬) 등이 금융·IT·기업·문화 분야의 슈퍼클래스들이다.

한국인 가운데 반기문 UN사무총장과 조용기 여의도 순복음교회 목사가 슈퍼클래스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반 총장은 UN이라는 국제기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고, 조 목사는 80만명의 열렬한 신도와 함께 세계 선교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슈퍼클래스의 세력이 커질수록 세계의 불평등은 심화된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성장의 혜택이 일부 극소수에게 쏠리는 경향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받는 연봉은 일반 근로자의 350배에 달하는데, 이 격차는 1970년대보다 10배나 증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인구의 상위 10% 부자들이 세계 부의 85%를 소유함으로써 가장 가난한 30억명이 소유한 재산의 2배에 가까우며, 세계 250개 기업이 연매출 14조달러를 올려 전세계 GDP의 1/3과 맞먹는다.


로스코프는 “현재의 부와 권력의 불평등이 악화될수록 세계는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유와 정의의 균형을 다시 맞추고 슈퍼클래스와 전세계 일반 대중의 권력 균형을 다시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저자는 교육을 꼽고 있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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