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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구제금융 승인돼도 어렵다”

유정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1 21:20

수정 2014.11.05 12:20



【뉴욕=정지원특파원】금융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가 이제는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까지 위협하고 있다. 신용경색으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며 대출 금리가 폭등하고 미국의 소비자 신뢰가 16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실물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실물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이상 의회가 구제금융법안을 승인하더라도 미국 경제가 한동안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59.8로 전월의 58.5에서 소폭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비자 신뢰가 여전히 16년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더욱이 이번 수치가 최근의 금융위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같이 경제에 대한 소비자의 믿음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가운데 돈줄이 마른 가계의 소비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은행들의 자금경색이 심각해지면서 대출이 어려워지자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통로가 한정돼 있는 가계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실제 은행들 간의 단기대출에 적용되는 리보금리는 이날 하루 동안 무려 4.30%포인트 급등하며 7년 만에 최고치인 6.87%를 기록해 신용경색이 절정에 달했음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소비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소비 위축은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베스터스데일리에지의 릭 펜더그라프트 애널리스트는 “소비 둔화가 기업에 충격을 주고 이 충격이 다시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악순환에 빠졌다”며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는 한 경제회복은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이미 기업들의 타격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널드는 신용위기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부터 받기로 했던 대출이 취소되며 당장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 업계는 더 심각하다.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빅3’ 외에도 판매 악화로 딜러와 대리점들의 파산도 줄을 잇고 있다. 미국자동차딜러협회(NADA)에 따르면 올 들어만 600개의 대리점이 문을 닫았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4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애플, US스틸, 캐터필러, 3M 등 소위 ‘우량’ 기업들의 주가 폭락도 심상치 않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레이팅다이렉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9일까지 파산한 기업만 57개로 453억달러 규모에 이르고 있다.


S&P의 다이언 바자 연구원은 “위기가 금융시장을 넘어 모든 경제 분야로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비안코리서치의 짐 비안코 대표는 “구제금융법안의 통과가 심리적인 안정을 줄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미국 경제의 회복에 영향을 미치긴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데니스 록하트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연설을 통해“금융시스템의 문제가 경기하강의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미국 경제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jjung7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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