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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들 “한치 앞 못보는데 무슨 보고서?”

이창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1 21:29

수정 2014.11.05 12:20



미국발 금융위기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도 당황하고 있는 모습이다.

예측할 수 없는 돌발 변수들이 곳곳에서 터져나오며 증시 전망들이 잇따라 빗나가고 추천한 종목들은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은 증시 급변에 따라 ‘10월 월간전략’ 발간을 취소하고 대체 보고서를 내놓았다.

미국 금융위기 대책으로 내놓은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안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부결되자 뉴욕증시는 6.9%나 급락했고 증시를 둘러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은 촌각을 다투는 시기에 월간전략은 의미를 상실했다고 판단하고 금융위기를 심층분석한 ‘비포 더 돈(Before The Dawn)’이라는 대체 보고서를 준비했다.


이 회사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95% 이상 작성된 10월 월간전략을 소각장으로 보내기 전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하루하루 증시 환경이 급변하다보니 투자자에게 그에 맞는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0월 전망을 미리 내놓은 증권사들은 예상치 못한 미국 구제금융법안 불발로 전망치를 잇따라 낮췄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미국 구제금융법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고 10월에는 안도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하루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굿모닝신한증권은 10월 코스피 전망을 1440∼1580 선으로 내다봤지만 ‘단기 폭락이 불가피하다’로 입장을 바꿨고 삼성증권도 1550∼1600 선을 예상했지만 1400선 지지를 단언하기 어렵다로 후퇴했다.

현대증권 서용원 리서치센터장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며 “미국시장이 제2의 블랙먼데이를 경험한 이상 우리 시장도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종목 애널리스트들도 대내외 악재로 주식 시장을 둘러싼 상황이 악화되며 추천한 종목들이 급락하자 보고서 쓰기가 두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 A씨는 “증시 급락으로 반토막난 종목들이 수두룩하지만 하필이면 내가 적극매수 추천을 한 종목이 70% 이상 하락했다”며 “투자자들의 빗발치는 항의 전화로 이젠 전화받기가 무섭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 B씨는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증권사들의 인력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리서치센터의 경우 보통 법인영업부 등에서 리서치비용을 지원하는데 감원이 될 경우 리서치센터가 1순위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ch21@fnnews.com 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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