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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美금융계의 지진/정지원 뉴욕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마침내 상원을 통과했다. 이제 하원의 표결만 남겨놓은 상태이다.

이번 구제금융법안은 찬성 74표, 반대 25표, 기권 1표의 압도적 표 차로 가결됐지만 이런 법안이 상정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지진이 맨해튼 월가를 초토화시켰기 때문이다.

베어스턴스가 무너져 내린 지 6개월이 채 안 돼 미국의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를 비롯,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했던 메릴린치와 리먼브러더스가 차례로 문을 닫았다.

상황이 급해지자 미 연방 정부는 7000억달러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심폐소생법을 동원해 쓰러진 월가를 다시 일으키려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자본주의 사상을 의식했는지 아니면 점점 더 힘들어지는 납세자들의 불만을 의식했는지 연방 하원의원들 중 대다수는 구제금융법안을 부결시켰다.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초대형 강진은 비록 드물긴 하지만 예측의 정확성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지질학자들은 지난 1980년 워싱턴주의 세인트 헬렌 화산 폭발을 정확하게 예측했으며 1989년 샌프란시스코 지진도 발생 6개월 전에 전망한 바 있다.

이번 ‘금융계의 지진’ 역시 어느 정도 예측은 됐었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마련하라며 수십만달러를 빌려 준 것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이어졌고 대형 금융기업들이 이에 따른 여파로 도미노 붕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탄탄한 기본과 확실한 투자로 오늘날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이 결국 ‘불량 대출’로 경제가 엉망진창이 된 것이다.

미 정부의 이번 구제금융법안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경기 불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공감하지만 “돈에 눈이 멀어 마구잡이로 대출을 내주다가 큰 코 다친 대형 금융회사들을 왜 납세자들의 돈으로 구해야 되느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끝이 보이지 않는 이라크 전쟁과 더욱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불황으로 미 역사상 최악의 리더로 꼽힐 위기에 처해 있다. 국민은 그가 마지막으로 뽑은 회심의 구제금융법안을 외면하고 있으며 미 의회 의원들도 국민의 이와 같은 입장을 의식한 듯 법안을 부결시켰다.

비록 내년 초에는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겠지만 그가 하루아침에 나라의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오는 11월 실시되는 대통령선거 후보들인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의 존 매케인의 선거공약을 살펴보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해서든 잡아보기 위한 형식적인 ‘잘해보겠습니다’라는 멘트에 치우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하늘이 내린 재앙을 인간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사람이 초래한 실수는 재현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도박’이 아니다. ‘1+1’이 2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3으로 끼어 맞추려고 하면 언젠가는 탈이 나게 마련이다. 미국의 금융업계가 하루빨리 오만과 착각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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