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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번지는 ‘멜라민 파동’] 분유업체 ‘뉴질랜드산 원료’ 놓고 미묘한 신경전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2 20:42

수정 2014.11.05 12:13



뉴질랜드산 분유 원료인 락토레린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것과 관련, 국내 양대 분유업체인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가 된 뉴질랜드 타투아사의 락토페린은 남양유업이 지난 2년여간 수입·사용해 왔지만 매일유업은 지난해 10월 네덜란드산 락토페린으로 원료를 교체, 멜라민 사태와 관련해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양사는 우선 문제의 발단이 된 타투아사에 대한 시각에서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남양유업은 “타투아사는 세계적인 업체로 지난 2년여간 타투아사의 원료를 계속 수입해 사용했지만 멜라민이 검출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여전히 타투아사에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매일유업은 타투아사가 지나치게 영세한 기업이어서 향후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서울 태평로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식품공업협회 ‘CEO 특별위원회’에 참석한 매일유업 정종헌 사장은 “자체조사 결과 타투아사가 지나치게 영세한 기업이라는 점이 지적돼 지난해 10월 계약을 종료했다”고 말했다.


이번 멜라민 사태에 대한 대응과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양사는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남양유업은 이날 “제품에서는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았고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이전과 변함 없이 유통·판매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남양은 “통상 락토페린을 수입한 뒤 적재창고에 쌓아뒀다가 분유에 넣기 직전 150여가지의 자체 검사를 하고 안전성이 확인된 뒤에만 분유에 투입한다”며 “이번에 멜라민이 검출된 원료는 이와 같은 자체 검사를 거치지 않았고 분유에도 투입하지 않은 원료”라고 주장했다.

반면, 매일유업은 이번 멜라민 사태로 분유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은근히 남양유업을 겨냥했다.

매일유업 측은 “멜라민이 검출된 원료를 사용한 분유에 대한 대응이 늦어질 경우 소비자들의 저항에 부딪힐 수 있고 이는 업계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남양유업의 안일한 대응을 꼬집었다.


매일유업 정 사장은 이와 함께 우리도 미국 살균유법령(PMO)처럼 특정 국가에서 원료를 수입할 때에는 공장 설비만 체크할 것이 아니라 해당 농가까지 방문, 꼼꼼히 살펴보고 검사기간도 늘리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사와 관련한 신경전도 전개됐다.


남양유업이 원료에 대한 자체 검사 과정에 멜라민검사도 포함돼 있다고 밝히자 매일유업 정 사장은 “올 봄에 농약이나 각종 이물질 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50억원을 투자해 첨단 멜라민 검출설비를 마련했다”며 “국내에서는 롯데칠성과 매일유업 두 군데가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남양유업의 검사장비가 첨단시설이 아님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padet80@fnnews.com 윤정남 박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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