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아침] 그래도 살아야 한다/박현주 건설부동산부 차장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3 16:15

수정 2014.11.05 12:12



고 최진실의 자살 소식은 우리 사회를 또 한번의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최진실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에서 눈물바다를 이루는 모습에 울컥하며 침통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는 하루종일 심란해 일손이 안 잡혔다고 한다.

‘저렇게 유명한 사람도 죽는데 내가 죽는 게 무슨 죄인가”라는 자살동기를 합리화하며 유명인이 죽은 뒤 동조 자살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도 우려되고 있다.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연예인의 자살은 자라나는 청소년이나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일반인들의 모방 자살을 유발할 소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005년 이은주가 사망한 뒤 전국의 자살자가 다른 해에 비해 증가하고 안재환의 사망 소식 이후 연탄을 이용한 자살 사고가 이어지는 등 모방 자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해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1만30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올해도 하루 36명꼴로 자살하고 있다.

영화배우 이은주, 가수 유니, 탤런트 정다빈과 안재환, 그리고 최진실까지. 연예인들을 자살로 몰고간 것은 대부분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이다. 연예인은 마음속 갈등을 누구에게 털어놓기 힘들고 걱정이 많아도 감추고 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쌓여 자살에 이르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울증은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지닌 치명적 독소다.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라며 깜찍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사랑받았던 최진실이었지만 이혼과 괴소문 악플에 시달리며 우울증으로 최근까지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고 한다.

의학 전문가들은 “우울증 상태에서는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없고 극단적이고 비관적인 사고에 빠지기 쉬워서 자살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우울증의 원인도 가지각색이지만 많은 연구는 사람이 주변 세계와 단절돼 있다고 느낄 때 가장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왕따·외톨이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이유다. 우리는 사회, 친구와 동료에게 소속돼 있다고 느낄 때 평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삶에서 좀 더 지지적인 관계, 진정한 친밀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최진실의 죽음 앞에 지인들은 “측근들에게 심적 고통을 토로해 왔지만 그의 아픔에 많은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오열하고 있다.

‘세상이 무섭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자살을 선택한 최진실의 죽음은 연예인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일회성 호기심보다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외 경기침체와 금융쇼크로 세상살이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나도 힘들다는 이유로, 배려라는 이유로 사람들과 멀어지고 있다.

찬바람이 분다.
좀 더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오지랖이 넓다는 소리를 들어도 좋지 않은가. 그동안 소원했던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안부전화를 해보자. 가을 햇살이 좋다고….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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