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100만명 운명 걸린 비정규직법 개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3 16:19

수정 2014.11.05 12:12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올 정기국회에서 비정규직보호법 개정이 절박하다고 밝혔다. 이 장관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지난해 7월 도입된 비정규직보호법은 당초 취지와 달리 ‘비정규직해고법’으로 둔갑할 조짐이 뚜렷하다. 정부와 여야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헤아린다면 정략을 버리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 개정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이 장관은 “내년 7월이면 대충 잡아도 근로자 100만명이 정규직 전환이냐 해고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갈림길’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 장기 불황이 코앞에 닥친 마당에 비정규직을 선뜻 정규직으로 전환할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규모 계약해지(해고)는 다시 대형 노동투쟁으로 이어져 사회불안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손을 써야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비정규직의 계약기간 연장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현행 2년을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한상의는 4년으로 늘릴 것을 건의해 놓고 있다. 법 시행 후 만 2년이 되는 내년 7월은 그리 멀지 않다. 법 개정은 이를수록 좋다.

계약기간 연장이 시급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3년이든 4년이든 언젠가는 ‘갈림길’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 애당초 비정규직보호법은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클 것이란 우려를 무릅쓰고 강행 실시됐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경기 침체 속에 기업들은 정규직 ‘철밥통’에 손을 못 대는 대신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우선적으로 자르고 있다. 비정규직 안에서도 가장 만만한 시간제·임시직이 기간제·상용직에 비해 또 다른 차별을 받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비정규직 차별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은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있다. 해고 문을 넓히면 채용 문도 저절로 넓어진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규직이 평생고용이라는 기득권을 꼭 붙들고 있는 한 비정규직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종종 노노 갈등이 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차제에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실적이고도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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