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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평사 ‘이중 잣대’

박승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3 21:00

수정 2014.11.05 12:10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지난 1일 국내 시중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설계한 파생상품에 대한 잘못된 신용평가로 세계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신용평가사들이 유독 국내 금융권에 대해서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형평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은행주 등급하향 영향 미미”

지난 1일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국민은행, 우리금융지주의 우리은행, 신한지주의 신한은행, 하나금융지주의 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에 대한 재무건전도 등급(BSFR)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a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잘못된 신용평가로 미국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신용평가회사가 국내 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셈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지난 2일 주식시장에서 등급이 떨어진 은행주들은 대부분 선방했다. 우리금융지주가 0.85% 내렸고,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각각 1.20%, 2.69% 내리는데 그쳐 코스피지수와 비슷한 하락률을 보였다.

동양종금증권 최종원 연구원은 “신용평가 하향과 3·4분기 실적 발표로 일시적인 하락세를 보일 개연성이 있지만 하락폭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미국 금융위기가 진정될 경우 은행주들이 정상적인 주가를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생상품 신용평가 능력 없었다”

국내은행에 대해 신용전망을 하향조정한 무디스 등 세계적 신용평가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경우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제기됐을때 신용평가사에 대한 문제점이 수면 위로 잠시 떠올랐지만 현재는 금융위기 해결 모드에 묻혀 있는 상태다.

하지만 무디스, S&P 등이 신용파생상품에 대한 신용평가를 잘못해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면서 신용위기가 마무리되면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홍콩의 한 금융전문가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투자자들은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을 보고 투자했지만 결국 파생상품에 대한 신용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미국 금융위기가 정부의 노력으로 잠잠해지면 향후 이 문제가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들 조차 파생상품에 대한 분석 노하우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과거 데이터에 의존해 높은 신용등급을 매겼고, 미래 예측력이 부족했다는 것.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들은 모기지 채권을 모아 유동화시킨 신용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 등의 신용등급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했지만 결국 부동산값이 급락하면서 신용평가 문제가 불거졌다. 신용평가사들은 서브프라임 사태이후 부랴부랴 1만개 가까운 CDO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뒷북 평가’로 시장의 비난을 자초했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파생상품에 대한 분석 툴도 없는 상황에서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파생상품 신용등급을 잘못 측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신용정보 기획담당 김정동 연구위원은 “부동산 가격과 밀접한 CDO의 등급을 설정하면서 부동산가격 하락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면서 “부동산값 하락으로 CDO 신용등급이 급전직하했고, 이로 인해 금융위기가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IB와 신용평가회사, 위험한 관계

일부에선 투자은행(IB)의 스트럭처링(구조금융)팀과 신용평가사 사이에 의견교환이 지나치게 많았다고 지적한다.

유착으로 단정할 수 없지만 신용평가회사의 전체 비즈니스 가운데 파생상품 신용평가 비중이 커지면서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잘못된 신용등급이 매겨졌다는 것.

IB회사는 신용등급을 받아 파생상품을 팔아야 했고, 파생상품 신용등급 시장이 커지면서 신용평가회사들도 우호적인 신용평가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홍콩 금융전문가인 A씨는 “IB의 스트럭처링팀과 신용평가사간 지나친 의견 교환이 있었다”면서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조차 파생상품 신용등급을 매길 때 필요한 분석툴과 실제 리스크를 계산할 수 있는 노하우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sdpark@fnnews.com 박승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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