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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안, 위기의 구원자인가..논란 여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4 09:44

수정 2014.11.05 12:10

미 하원이 3일(현지시간)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정리하는데 7천억달러를 투입하는 구제금융법을 통과시킴에 따라 이 조치가 위기에 처한 금융시장을 구할 수 있을 것인지가 과제로 남게 됐다.

모기지 부실에 따른 손실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서로 믿지 못해 돈 빌려주기도 꺼릴 정도로 신용경색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번 법안 통과는 일단 시장을 안심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부실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 부실이 모두 해소될지도 미지수인데다 미국의 집값 하락이 지속될 경우 부실이 늘어날 수 밖에 없어 이 법이 만병통치약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미국은 물론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경기침체를 막기에도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이번 조치가 얼마나 빨리 시행에 옮겨지고 경제 하강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의 칼럼니스트인 앤 울너는 이날 구제금융법을 '실물경제 구조법'이라고 부르거나 '완전한 경제 붕괴에서 세계를 구한 법'이라고 해야 한다면서 이 법이 금융위기 여파로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미국 및 세계의 실물경제의 추락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 시사주간 타임지는 현재 위기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미 의회 구제금융안 승인은 단기적인 치유책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단기 처방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평가했다.

타임은 또 이것이 전세계에 미국이 1930년대 대공황때와는 달리 금융 재난과 새로운 공황을 피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는 것을 알릴 것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이번 조치가 근본적인 처방책은 될 수 없지만 신용위기의 최악의 국면은 피하게 할 것이라는 점에 모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채권투자업체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얼마 전 CNBC에 "구제금융법안이 시행되지 않으면 신용시장에 엄청난 구멍이 생기게 된다"며 신용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것을 우려하고 법안이 꼭 통과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이 법이 신용경색을 바로 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루 앞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기간이 긴 대출은 억제하면서 영국 런던 은행간 금리(리보)가 최근 상원의 법안 통과 이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한 것에서 보이듯 신용시장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시장이 망가지도록 놔두고 스스로 정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상품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로저스 홀딩스의 짐 로저스 회장은 최근 구제금융안이 경제적 고통을 연장시킬 뿐이라고 비판하고 모든 부실이 스스로 깨끗하게 정리되도록 시장에 맡겨둬야 한다며 1990년대 말 위기를 겪었다가 이후 급속한 성장을 이룬 한국과 러시아를 예로 들어 "도산하게 놔두면 깨끗한 성장이 뒤따른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교수는 부실자산을 엄청나게 값을 치러서 사주지 않는 한 금융기관들의 재무제표에 뚫린 커다란 구멍을 메울 수는 없다면서 "이 모든 부실자산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1990년 스웨덴이 금융위기 때 썼던 것과 같이 정부가 금융기관의 주식을 인수하는 대가로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훨씬 투명하고 납세자들에게도 좋은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금융기관 부실 해소의 열쇠는 주택시장의 회복 여부에 달려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이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는 모기지 부실과 주택압류 사태를 불러와 금융시장을 더 어렵게 만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미 20대 도시의 7월 집값은 1년 전보다 16.3% 떨어져 역대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 주택시장 침체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의 글렌 허바드 학장과 크리트 메이어 부학장은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집값 하락이 현재의 금융위기를 악순환 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현재의 위기를 없애려면 내려가는 집값부터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와 의회가 모든 주거용 모기지의 이자율을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인 30년 고정 5.25%로 바꾸도록 승인하고 이 모기지를 투자자나 투기꾼을 배제한 채 국채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맡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주택 가격 상승은 미 소비자들의 가계사정을 개선시켜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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