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잃어버린 딸 찾는 서기원씨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5 09:31

수정 2014.11.05 12:09

지난 1994년 4월 27일 오후. 학교에 다녀온 뒤 “놀다 오겠다”며 집앞 놀이터로 달려나간 딸아이(서희영·당시 만10세·사진)는 해가 진 뒤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친구들과 어디선가 놀고 있겠지 생각하고 싶었지만 서기원씨(46)는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곧바로 인근 파출소로 달려가 실종 신고를 했다. 그러나 경찰은 3일 정도 지켜본 뒤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외동딸 희영이의 모습을 본 것은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는 경찰을 보다 못한 서씨는 지인의 소개로 한 방송사를 찾아갔다.
서씨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파를 탄 것은 희영이가 실종된 지 4일 뒤인 그해 5월 1일. 어린이날을 며칠 앞둔 계절은 날로 푸르러 갔지만 서씨의 마음은 새카맣게 타들어만 갔다.

“방송이 나간 후 제보가 있었지만 대부분 큰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몇몇 제보는 장난 전화였던 걸로 판명나기도 해서 참 마음이 착잡했죠. 그 이후 경찰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섰지만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14년이 지나가버렸네요.”

희영이의 실종 이후 서씨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당시 전북 남원에서 하던 작은 여행사와 골프연습장 사업도 몇 년 뒤 접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경기 과천 새빛교회 준목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씨가 뒤늦게 신학대학에 입학한 것도 사실은 딸아이를 잃어버린 것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늦은 나이에 신학 공부를 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이미 고인이 되신 어머니의 유언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도 살아 생전 잃어버린 손녀 녀석 때문에 마음 고생이 많으셨는데 돌아가시면서 하느님의 아들이 되라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미아 부모들은 한 인간의 힘으로는 견뎌내기 힘든 고통을 떠안고 살아가게 마련인데 인생의 고비마다 하느님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겠습니다.”

서씨는 얼마 전부터 미아 가족들의 모임인 전국실종아동인권찾기협회 임시 회장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초대 회장을 맡고 있던 실종아동 모영광군의 어머니 박혜숙씨가 개인적인 이유로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돼 한동안 비어있던 자리를 서씨가 떠맡고 나섰다.

14년 전 잃어버린 희영이의 나이는 이제 24세. 어엿한 숙녀로 성장해 있을 딸아이를 혹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비교적 차분하고 씩씩했던 서씨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이제 다시는 헤어질 일이 없을 거라고 말해줘야죠. 그리고 이 세상을 위해 너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고 말할 것 같아요. 다시 만날 수 있는 기쁨을 준 이 세상에 뭔가 되돌려줘야 하지 않겠어요.”

지난 1994년 4월 27일 전북 남원시 향교동 집앞에서 행방불명된 서희영양은 왼쪽 눈 위에 넘어져서 다친 흉터가 있으며 양쪽 귀 윗쪽에 옴폭 파인 자국이 있다.
귀 위쪽에 있는 자국은 일종의 유전으로 서씨의 한쪽 귀 윗부분에도 똑같은 자국이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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