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에 어려움에 겪고 있는 주요 시중은행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유동성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예금금리를 조달금리 수준까지 올려 주는 노마진(No-Margin) 예금 유치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은행권의 노마진 예금 경쟁이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그 기준이 점차 소액화되고 대상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기존 원화 예금뿐 아니라 달러 유동성 확보를 위한 달러예금 유치전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게 일선 은행 지점장들의 설명이다.
A은행 한 PB지점장은 “과거에는 5억 이상 고액에만 노마진 수준의 특인(본부특별승인) 금리를 적용해 줬으나 갈수록 그 금액이 낮아져 이제는 1억 이상만 되더라도 기본금리와 우대금리 구별 없이 7%대에 육박하는 특인 예금 금리를 보장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국내 은행의 달러자산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은행권의 유동성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본부특별승인 제도를 적극 운영해 외화예금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유동성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것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으로 은행권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안정적인 수신 기반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선 은행 지점들의 영업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자금조달이 쉬웠던 과거에는 대출 위주의 영업전략을 펼쳤지만 이제는 수신 우선의 영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대출이 안 되면 단순히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치지만 자금조달은 유동성 문제와 직결돼 은행의 존립 자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잖은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과거 특판예금을 통해 부족한 수신을 보완하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철저한 이중가격제를 도입해 경쟁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B은행 관계자는 “VIP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예금금리를 보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며 “하지만 특판예금을 없애고 그 여력을 1억 이상 자산가들을 유치하기 위해 쏟아붓고 있는 일부 은행들의 행태는 자칫 출혈경쟁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객들도 이 같은 은행들의 경쟁에 점차 길들여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고액 자산가들은 여러 은행을 돌며 좀 더 높은 금리를 보장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이른바 ‘금리 쇼핑’을 즐길 정도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소위 말하는 억대 금융자산 고객들은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제시하는 특인 금리에 어느덧 길들여지고 있다”며 “은행들의 경쟁을 은근히 즐기며 다른 은행들과 직접 비교하며 좀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조달이 어려워서 고육지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모를까 수신확대 경쟁을 위해서라면 문제가 있다”면서 “지금은 수신확대보다는 적정마진 유지하고 질적성장을 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dskang@fnnews.com 강두순 홍창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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