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이렇습니다] 녹색성장과 농어촌의 가치/정학수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5 18:09

수정 2014.11.05 12:07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부의 재편을 이야기한 바 있다.

공업 중심지에서 가난한 대도시로 전락한 미국의 클리블랜드와 물소가 쟁기 끌던 농경지역에서 산업 중심지로 변신한 중국 광둥을 예로 들며 부의 창출시스템은 항상 역전 또는 재배치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지금 세계 각국은 부의 지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어촌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 농어촌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자원이 부족한 지역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우수한 인력은 도시로 유출되고 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변하고 있다. 농어촌이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아지고 있다.

소득 증가와 웰빙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우리 국민들은 좀 더 자연친화적인 삶, 좀 더 특별한 가치가 있는 상품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 같은 국민들의 새로운 기대와 욕구를 채워 줄 수 있는 환경적, 문화적 가치를 담고 있는 장소로 농어촌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농어촌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지역 전문가가 힘을 모아 향토 자원, 농촌문화와 경관을 활용해 농어업을 2차, 3차 산업으로 다각화해 지역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 부안군은 양잠산업 쇠퇴와 함께 사라져 가던 뽕나무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상품화에 나섰다.

뽕주, 뽕잎고등어 등 특화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60억원어치의 수출계약까지 체결했다. 누에타운에 곤충전시관, 오디식품 가공체험관을 마련하고, 녹색농촌체험마을과 연계한 생태관광코스를 개발하는 등 지역 성장동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

경북 영덕군은 해적생물인 불가사리 등에 주목했다. 불가사리를 액비로 만들어 친환경 신선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영덕대게로 김치를 담그고, 대게껍질을 한우 사료로 개발하는 등 농수산식품의 융합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

이런 발전전략은 추진과정에서 우수한 지역인재를 육성할 수 있고, 향토자원을 산업화함으로써 발생한 이익이 지역에 재투자가 되는 선순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정부는 이처럼 지역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지자체와 향토기업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잠재 자원을 활용해 지역 활력을 키우고자 하는 시·군의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부터 2010년까지 총 1조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농어촌에서의 가치창출은 새로운 관점에서 지역의 향토자원을 평가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의 획일적 사업지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지역주민, 기업과 함께 지역발전목표를 수립하고 창의적인 정책 콘텐츠를 구상해 추진하고자 하는 지역을 우선 지원해 나갈 것이다.

농어촌의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 지역주민, 기업, 전문가 그룹이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가도록 유도해 나갈 것이다.

앨빈 토플러는 “시대의 변화가 자신의 부를 결정해 줄 것이다”고 말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먼저 대응하는 국가, 지역, 기업이 부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흐름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다양한 농어촌 발전전략이 있을 수 있다.

농어촌 한계농지를 신재생에너지 창출공간으로 개발하거나 사료작물과 경관작물을 들녘에 재배해 관광·테마산업을 육성하는 등 가능성은 무한하다.

농어촌의 활성화와 부가가치의 창출을 이루기 위해 우리 모두가 사고의 전환과 창의적 혁신이 필요한 때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First-Class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 구독신청하기]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