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건설사 살리려다 입주민 잡겠다”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5 18:41

수정 2014.11.05 12:07



“아파트 분양받고 입주해보니 임대아파트라니…. 미분양이 안 팔리면 차라리 일반에 할인해서 팔았다면 이보다는 나을 겁니다. 이는 명백한 재산권 침해입니다. 해당 건설사를 상대로 지금 소송을 준비중입니다.” (부산 남구 용당동 코오롱하늘채 입주민)

“분양아파트가 갑자기 임대아파트가 되니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요. 매매가가 순식간에 3000만원이나 떨어지면서 입주민들이 지금 난리가 났죠.” (충남 아산시 신창면 친오애 아파트 인근 중개업자)

정부가 비축용임대주택 매입 대상을 중소형에 이어 중대형주택까지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대한주택공사가 미분양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단지마다 입주민들이 재산상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공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방 미분양단지를 대상으로 해당 건설사로부터 분양가보다 20∼25% 싼 가격에 사들여 비축용 임대주택으로 활용해 오고 있으며 지난달 말까지 19개 단지에서 2026가구를 매입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가 건설사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미분양주택을 분양가보다 훨씬 낮은 헐값에 매입하면서 입주민들이 재산상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분양받아 입주했는데 임대라니….’

부산 남구 용당동 코오롱하늘채 입주민 김모씨는 “해당 건설사가 2억3000만원에 분양해놓고 미분양분 388가구를 임대주택용으로 주공에 1억8000만원에 팔아버렸다”며 “은행에서 8000만원 대출까지 끼고 분양을 받은 아파트가 임대보증금 5000만원짜리의 임대아파트로 전락했다”고 분개했다.

지난 9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코오롱하늘채는 총 712 가구 중 111㎡ 322가구와 111㎡A 66가구 등 388가구가 주공에 임대주택으로 팔린 상태다. 이 때문에 코오롱하늘채는 아파트값이 분양가보다 2000만원 정도 싼 2억1000만원대에 매물이 나와도 임대주택이란 이미지 때문에 매수가 전혀 없는 상태다. 이는 인근 대연동의 같은 면적대 아파트보다 매매가가 7000만원이나 낮은 금액이다.

대구 달서구 진천동 태왕아너스도 정부가 비축용임대주택으로 매입하면서 입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이 아파트는 해당 건설사가 347가구 중 112㎡ 167가구를 주공에 매각하면서 아파트값이 순식간에 5000만원이나 하락했다. 이 때문에 기존에 분양받아 입주한 주민들은 구청에 모여 해당건설사에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며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005년 10월 입주한 경남 김해시 삼계동 두산위브는 주공이 전체 378가구 중 107㎡ 91가구를 임대주택으로 매입하면서 입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지난 8월에는 해당 건설사와 입주민간에 험악한 상황까지 갔었다”며 “임대아파트라는 이유로 1억원하던 전셋값이 1500만원이나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주공은 매입한 이 아파트 107㎡를 보증금 3750만원에 월세 25만원의 조건으로 임대해주고 있다.

충남 아산시 신창면 친오애 아파트는 주공이 총 526가구 중 111㎡ 110가구를 매입하면서 매매가가 분양가보다 4000만원이나 떨어졌다. 인근 신창면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분양가가 1억6600만원이었는데 지금 1억2500만원에 매물이 나와도 사려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이 때문에 입주민대표회의가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입주자 대표를 새로 선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초 분양계약자(입주민)와 합의 거쳐야’

이렇듯 비축용임대주택 매입단지가 곳곳에서 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러오고 있지만 이 같은 최초 분양계약자들의 피해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비축용임대주택 매입을 더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1일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환매조건부로 전용면적 85㎡ 이상 중대형아파트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키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중소형주택만 대상으로 삼던 비축용임대주택 매입대상이 중대형아파트까지 확대되게 된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 주공이 매입공고를 내도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매입신청을 하지 않던 대형 건설사나 주택전문업체들도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매입 신청이 크게 늘고 있어 정부의 비축용임대주택 매입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미분양에 허덕이는 건설사를 돕기 위한 것은 이해하지만 이로 인해 주민이 재산상의 피해를 입게 돼 부작용이 더 크다”며 “미분양주택 매입 때 해당건설사와 최초 분양계약자(입주민)간 합의를 명시화 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공은 미분양매입주택 신청 업체는 물론 매입 단지를 공개하지 않고 암암리에 진행하면서 기존 분양계약자들이 재산가치 하락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주공 관계자는 “미분양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운영하게 되면 최소 10년 동안은 매물로 나올 일이 없기 때문에 매물이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며 “실제로 주공이 대전 홍도동 신동아아파트 60가구를 매입하면서 해당 단지 집값이 오르는 등 비축용임대주택 매입 정책은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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