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창업

[벤처창업 열전] 39. i-매뉴팩처링 전문 ‘비투젠’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5 19:16

수정 2014.11.05 12:07



액정표시장치(LCD) 정밀부품을 생산하는 삼진엘앤디는 최근 금형 설계시간을 평균 15일에서 3.5일로 단축했다. 설계 비용도 1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였다. 삼진엘앤디는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부품 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진엘앤디의 제조 공정 혁신에 일등 공신은 i-매뉴팩처링 시스템이다.

삼진엘앤디는 i-매뉴팩처링을 통해 웹 상에서 공급업체 간 협업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이 결과 삼진엘앤디는 협력사들의 정보 및 제조공정을 공유함으로써 납기일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2배 가까운 생산량 증대를 달성해 연 매출 역시 49억원에서 14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중소기업간 정보 공유를 통해 생산성 증대를 꾀하는 i-매뉴팩처링 시스템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i-매뉴팩처링 시스템을 구축한 주역은 바로 '비투젠'이라는 벤처기업이다.

■제조업과 IT기술의 합작

지난 2001년 설립된 비투젠의 주력 사업은 i-매뉴팩처링이다.

비투젠은 지난 2003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i-매뉴팩처링을 개발했다. i-매뉴팩처링은 전통 제조기술에 정보기술(IT)을 결합, 기업들이 웹 상으로 제품 개발 및 생산 등 기술 협업을 이룰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기업 간에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한 금형의 정밀성에 대한 결과를 웹 상에 구축된 협업 허브를 통해 공유할 수 있게 하며 문서와 데이터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프로젝트별 검색과 사후 조회도 편리하게 한다. 현재 사출금형설계, 사출금형생산, 엔지니어링 등 5개 협업 허브를 구축해 경인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자동차 부품, 프레스 금형 협업 허브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 결과 2004년 45개에 불과했던 협업 허브 활용 업체 수는 현재 400여개가 넘었다. 비투젠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i-매뉴팩처링은 현재 삼진엘앤디, 우성 전공, 동아정밀 등이 사용하고 있다.

비투젠은 지난 2001년에 삼성 SDS 출신의 이호관 사장이 설립했다. 이 사장은 비투젠을 설립하면서 주로 제조업 기반 회사들의 정보화전략계획(BPR/ISP)을 컨설팅해주면서 수익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사장은 평소 중소기업의 정보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녔다. 이런 결과 당시 산업자원부에서 굴뚝 산업의 IT화라는 연구과제가 떨어졌고 산업자원부 담당관은 비투젠에 사업 참여를 제의했다.

결국 삼성SDS 연구원 출신인 현재 박정호 사장이 비투젠에 합류하면서 i-매뉴팩처링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매출도 쑥쑥 오르고 있다. 초창기에 수익도 거의 올리지 못했던 회사가 해마다 20%가 넘는 성장을 하고 있다.

박 사장은 “아직도 사업의 초창기여서 매출이 미미하지만 인력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벤처 IT회사의 성장은 인력 증가를 통해 알 수 있다”며 “사업을 처음 시작하던 때 5명이던 직원이 현재 45명이 넘었고 이중 연구인력이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제조업의 ‘네이버’가 목표

비투젠의 최종 목표는 제조업의 네이버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사장은 현재 인프라 구축에 한창이다. 박 사장은 “현재 제조업 관련 콘텐츠는 i-매뉴팩처링으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며 올해부터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함께 인프라 구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투젠은 i-매뉴팩처링으로 구축된 콘텐츠를 통해 제조업 관련 통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함께 맞춤형 i-매뉴팩처링 서비스라고 볼 수 있는 ASP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ASP 서비스는 표준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기업별 요구 조건에 맞게 제공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들을 경험할 수 있다.

2009년에는 1000개 업체에 ASP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0년 2000개, 2015년에는 6000개의 활용 업체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와 더불어 비투젠은 해외 진출을 위해 중국에 직원을 파견했다. 박 사장도 수시로 중국을 드나들며 현지 시장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350만여개 되는 중국 제조사들이 i-매뉴팩처링을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박 사장의 판단이다.
그러나 박 사장은 “앞으로 5∼10년 이 지나면 중국에서도 i-매뉴팩처링이 필요할 것”이라며 “시장이 무르익었다고 불쑥 진입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투젠은 i-매뉴팩처링 이외에도 국내 최초로 다양한 소프트웨어 환경 속에서도 하나의 통합 뷰어로 온라인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사업과 기업 자산에 체계적인 관리 및 제품 생산 공정 및 재고·물류 관리를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사업 추진 중이다.


/pride@fnnews.com 이병철기자

■사진설명=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중소기업 협업 시스템인 'i-매뉴팩처링'을 만든 비투젠 직원들이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연구에 몰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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