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들 달러 쌓아두기 선호..원자재값 하락땐 毒될수도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5 20:45

수정 2014.11.05 12:07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유동성 확보 및 수입 대금의 원활한 결제를 위해 달러 보유고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무작정 달러보유에만 급급하기보다는 급변동하는 금융시장과 글로벌 경제 정세에 맞춰 엔화·유로 등 다양한 통화결재 수단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돼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준비 중인 삼성·LG·한화·두산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인수자금 확보를 위한 달러 쌓아 두기가 요구된다. 아울러 정유·철강업체들은 수입 원자재 결제 대금으로 쓸 달러를 쌓아 두는 것이 안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이 널뛰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선 과도한 달러 쌓아두기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5일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 및 철강 업계의 경우 그동안 유가 및 철강 가격이 급상승 중에는 달러 확보가 중요했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속히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과도한 달러 보유는 손해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초대형 M&A를 위해 달러를 쌓아 뒀던 기업들의 경우에도 글로벌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인수 시너지가 줄어들고, 널뛰기 환율에 따른 갑작스러운 달러화 약세가 도래할 경우에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최고 가전기업 인수를 예의 주시해 왔던 국내 모기업의 경우 M&A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지면서 달러 쌓아두기가 불필요한 것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 기업들은 단기적인 달러 강세에 대비하기 위해 달러를 즉시 원화로 바꾸기보다는 일단 놔두고 환율 불안으로 도래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대비하는 ‘달러 쌓아두기’를 선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입보다 수출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나날이 쌓여 가는 달러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부를 원화로 환전하지만 대체로 달러화 형태로 예금해 두거나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LG전자도 원활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 매각 등을 통해 달러 보유고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달러 유동성으로 인한 어려움은 없지만 최근 환율 상황이 불안정한 만큼 원화와 달러 보유고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원료구매에 사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철광석, 유연탄 등 원료를 100% 수입하고 있어 환율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제품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있다가 이를 원료 수입 대금으로 지불하고 있어 환율 급등락에 따른 환차손을 크게 줄이고 있다.

조선업체들은 선박을 건조해 주고 받는 달러 수입과 원자재 구매에 소요되는 달러 지출 모두에 대해 선물환헤징(위험분산)을 하면서 환 리스크를 피하고 있다.

업종 특성상 달러 거래가 많은 삼성물산, 대우인터내셔널, LG상사와 같은 종합상사들은 되도록이면 많이 달러를 보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외에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신격호 회장이 이끌고 있는 롯데 계열사들이 최근 2∼3개월 사이에 최대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회사채를 대량 발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그룹이 최근 2∼3개월 사이 확보한 금액은 엔화 표시 회사채 방식으로 호텔 110억엔(1000억원), 쇼핑 110억엔(1000억원) 및 3억달러(3000여억원) 등 총 5000억원, 화학 200억엔(2000억원) 등이다.


업계는 이를 두고 신격호 회장이 롯데의 대형 프로젝트에 금융위기가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화기 위한 사전 자금 안정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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