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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 회기”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반발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5 21:07

수정 2014.11.05 12:07



증권선물거래소(KRX)가 내년 1월 공공기관 지정이 예정된 가운데 KRX의 공공기관 지정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시장의 거래소를 정부 통제하에 두려는 시도라는 반발이 거세다.

최근 감사원은 KRX가 정부로부터 독점적 사업권을 부여받아 그 수익이 전체 수입의 50%를 초과하고 있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공공기간 지정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부실 공공기관 민영화 등 공기업 선진화방안과도 앞뒤가 맞지 않다며 감사원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공공기관 지정요건 불충분

문제는 ‘공기업운용에 관한 법률(공운법)’에서 정한 공공기관 지정요건 중 독점권 조항 외에는 나머지 조항으로는 KRX를 공공기관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점. 감사원이 추진하는 공공기관 지정규정 근거가 미약하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운법 제4조 공공기관 지정요건에 따르면 공공기관 지정은 다른 법률에 따라 직접 설립되고 정부가 출연한 기관, 정부의 지원액(독점적 사업권 부여도 포함)이 총수입액의 절반을 초과하는 기관, 정부가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3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임원 임명권 등의 행사를 하는 경우 등이다.


사실상 이 같은 세가지 공공기관 지정요건 중 두번째 사항이 현재 거래소 수익구조에 비춰봐 해당 사항임은 틀림없지만 이미 증권선물거래소법, 금융감독원의 검사권 등 거래소의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지정은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이 많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계기를 통해 공운법의 규정 근거를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지정이 공공기관 유형에 따라 임원 선임 등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다른데도 이를 구분 없이 무리하게 공공기관 공통 의무사항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시장과 자율경쟁에 의한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1988년 옛 증권거래소를 민영화한 데 이어 2005년 통합 증권선물거래소 출범 때는 완전 민간 주식회사제로 전환한 바 있는데 이제 와서 다시 공공기관으로 편입한다는 것은 금융환경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지속적인 경쟁력 향상을 추진해 온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도 맞지 않는 방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관치금융 회귀 우려…거래소 공공기관 전례 없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어느 나라에서도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분류, 정부가 거래소 경영에 관여하는 사례는 없다. 게다가 해외기업 상장 유치와 해외자본의 국내시장 유치, 외국 증권시장 진출 등을 통해 국제 금융 중심지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서 다시 과거의 관치금융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지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18일 한국증시는 2004년 이후 ‘4수’ 끝에 대만증시를 제치고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 편입이라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선진국지수 편입은 한국 자본시장의 제도와 환경이 선진국형에 가까웠음을 인정받은 상징적인 기호로 자본시장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은 효율성과 투명성이 생명인 증권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데다 FTSE와 함께 양대 지수인 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앞둔 상황에서 선진자본시장 도약을 저해하는 등 증권시장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증권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ktitk@fnnews.com 김태경기자

■사진설명=증권선물거래소(KRX)의 공공기관 지정에 관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거래소 측은 정부의 부실 공공기관 민영화 등 공기업 선진화방안과 정면 배치된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증권선물거래소 서울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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