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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M&A 잇따라 불발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5 21:15

수정 2014.11.05 12:06



인수합병(M&A)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위축 등으로 기업들의 자금줄이 막히면서 M&A 시도가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증시 관계자들은 미국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공포에 질린 투자심리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일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려던 국민연금이 불참을 선언했다. 최대 1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투자 결정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불참 소식에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5일 연속 곤두박질치며 시가총액 5조원마저 위태로워졌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몸값 하향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우전자부품은 120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트라이비전디스플레이와 엔에스에이치 지분을 매입, 신규사업에 진출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1일 포기의사를 밝혔다. 회사 측은 외형 확대를 자제하고 내부에서 진행 중인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경영상 유리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C&중공업 역시 M&A에 잇따라 실패하며 자금난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C&중공업은 지난 7월 철강사업 부문을 현진스틸에 매각하기로 결정했지만 C&중공업의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해 약 209억원 청구가 행사돼 영업양도 취소조건인 15억원을 초과하면서 지난달 30일 계약이 해지됐다.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주식보유보다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계열사인 C&상선도 진도에프앤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수협상 대상자가 4번이나 바뀌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자금조달이 급해진 C&그룹은 지난 2일 계열사인 신우조선해양의 발행주식 전량을 공개매각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이르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매각작업이 진행될 계획이지만 아직 인수의사를 밝힌 기업은 나타나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M&A시장 위축은 수치로도 명확히 나타났다.

최근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톰슨로이터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3·4분기 말까지 국내 M&A 총 거래 규모는 413억달러로 지난해 505억달러에 비해 18% 줄어들었다.

증시 관계자들은 M&A 시장이 살아나려면 무엇보다 금융위기 진정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키움증권 전지원 연구원은 “미국 금융시장의 한계는 명백하지만 구제금융안 타결로 금융위기와 신용경색이 완화되고 은행 시스템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어 단기자금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풀릴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단기간 내 시장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또다른 연구원은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일시적으로 완화됐다고 해서 악재가 끝난 것은 아니다”며 “실물경기 악화라는 또다른 악재가 미칠 여파는 더욱 클 수 있으며 현재 원·달러 환율 변동성도 점차 커지고 있어 모든 것이 진정되기 전까진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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