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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법인세가 두렵다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5 21:16

수정 2014.11.05 12:06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인 A사는 올 들어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지난해보다 20% 이상 매출이 줄었다. 그러나 실제 현금 보유액은 줄어든 매출 수준을 크게 웃도는 절반으로 떨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미분양이 많다는 이유로 건설사에서 장기어음을 주고 결제도 지연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미 매출로 신고가 됐기 때문에 세금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달 부가세 납부도 근근이 막는 처지에 다가올 법인세 납부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중소기업인 M사는 올해 아직 결산을 하지 않았지만 다소나마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흑자가 나더라도 고민스럽다.
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익이 났다고 해서 이익만큼 유동성을 확보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벌써부터 내년 초에 내야할 법인세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요즘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은 경기 침체로 영업도 안 되고 있는데 어느 새 성큼 다가온 연말 결산기를 맞는 것이 두렵다. 자금수요가 많은 연말연시 자금계획을 짜고 있으나 글로벌자금 경색 여파로 국내에서도 돈 융통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내야 할 법인세를 어느 선에 맞춰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법인세 부담스럽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최근 경기가 어려워 법인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금 사정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들보다 중소기업이 법인세 부담이 더 클 것”이라면서 “법인세를 내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아니면 대출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요즘은 돈 빌리기도 어렵다”고 걱정했다. 중견 상장사인 B사 관계자는 “법인세 부담을 덜기 위해 모든 비용을 떨어서 적자로 결산처리하고 싶어도 기업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마음뿐”이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현금 사정이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대기업도 모두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올해 약 2조원의 매출에 1000억원 정도의 이익을 예상하고 있는 P사의 관계자는 연말연시에 챙겨야 할 자금이 한 두푼이 아니기 때문에 법인세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3·4분기, 4·4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고 내년 경기전망도 올해에 비해 더욱 어두워 현금도 비축해 두어야 하는데 법인세나 재경비를 쓰고 나면 내년 자금운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걱정했다.

■법인세 인하로 투자여력 키워야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전국 5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자금사정’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이맘 때와 비교한 자금사정’에 대해 기업들의 49.5%가 ‘비슷하다’, 43.0%는 ‘작년 이맘 때보다 어렵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자금사정에 비해 나아진 게 없다’는 기업이 열에 아홉이나 되는 셈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자금사정이 좋지않고 경기가 어렵자 정부는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회에 세제개편안을 제출해놓고 처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법인세가 인하된다고 해도 당장 실질적인 혜택을 받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을 전망이다.
그것은 경기침체로 이익을 내는 기업이 손꼽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아시아 주요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율을 점진적으로 낮춰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도와주고 기업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선진국들도 법인세 인하가 미치는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해 법인세율을 점차 인하하고 있는 추세”라며 “법인세율을 낮춰 기업들이 투자 여력을 확보해야만 경기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 유현희 양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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