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지면 탈장인 줄 모르고 병원 찾는 경우 많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6 14:26

수정 2014.11.05 12:03


<사진은 정과부 화상에>

#1.결혼 5년 차인 주부 양모씨(32)는 생후 6개월된 아들을 목욕시키다가 가끔 아이의 배 밑으로 볼록하게 솟아오는 혹이 만져졌다. 평소 아이가 잘 놀고 별다른 아픈 기색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1년 뒤 어느 날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의 기저귀를 열어보니 볼록해졌던 부위가 심하게 튀어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병원을 찾았다. 증상은 ‘선천적 서혜부 탈장’.

#2.15년 경력의 물류업체 운전기사인 이모씨(37)는 체력 관리를 위해 매일같이 헬스장을 나가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했다. 이씨는 무거운 것을 들 때마다 사타구니 부위에 묵직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를 운동부족으로 생각했다. 어느날 25kg짜리 화물을 옮기던 그는 배 밑에서 계란만한 볼록한 덩어리가 만져져 병원을 갔더니 탈장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3.10년 전 복부 7cm를 절개해 대장암 수술을 받은 김씨(62)는 최근 수술한 부위에 탁구공 크기의 볼록한 것이 만져져 대장암 수술을 한 주치의를 찾았다. 이전에 받은 대장암 수술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하지만 의사는 수술한 부위의 근육이 약해져 장의 일부가 밀려나온 것이며 ‘반흔 탈장’이라 진단했다.

탈장은 이처럼 별다른 통증 없이 나타난다. 또 증상이 느껴져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오랫동안 방치되는 질환 중의 하나다. 장이 밖으로 밀려나오는 탈장은 피부 겉으로 볼록해지므로 눈으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통증이 별로 없고, 눕거나 돌출된 부분을 손으로 누르면 제자리로 돌아가 잘 모르고 지나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대장항문 전문 대항병원은 올해 탈장수술을 받은 3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을 한 결과, ‘의사의 진단을 받기 전 나타난 증상이 탈장이란 것을 알았냐’는 질문에 78%(234명)가 ‘몰랐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특히 수술을 받은 10세 미만의 자녀를 둔 부모 40명들은 82%(33명)가 아이의 병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 채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술 환자 중 121명(40%)은 수술을 받기까지 1년 이상 탈장 증상을 느끼면서도 그냥 지내온 것으로 조사됐다.

대항병원 탈장센터 곽동환 박사는 “탈장은 저절로 치유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심해진다”며 “증상을 방치할 경우 합병증과 함께 장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까지 해야 하므로 발견 즉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장(脫腸)이란

탈장은 뱃속의 장기가 복벽 근육 층의 약해진 틈으로 밀려나오는 증상이다. 마치 타이어 고무가 닳아 구멍이 나면서 속의 튜브가 이 구멍을 통해 불거져 나오는 현상과 같다. 이러한 탈장은 △넓적다리와 아랫배가 만나는 부위의 2∼3cm 위쪽에 발생하는 서혜부 탈장 △서혜부 탈장의 약간 아래쪽 넓적다리 쪽에 발생하는 대퇴탈장 △배꼽부위의 약해진 곳을 통해 발생하는 제대탈장 △수술한 상처부위가 약해져 생기는 반흔탈장 등으로 나뉜다.

지난 4년간(2004∼2007년) 대항병원에서 탈장수술을 받은 2299명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10세 미만이 21%, 10∼20대 16%, 30∼40대 25%, 50∼60대 28%, 70대 이상 10%로 조사됐다.

특히 젊은 층은 청소년기보다 10세 미만의 영유아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로는 남자가 대부분(83%)을 차지해 주로 남성에게 발생하는 증상임을 알 수 있다. 수술 부위별로는 사타구니 부위의 서혜부 탈장이 95%를 차지해 대표적인 탈장으로 나타났다.

■왜 발생하나

소아 때는 출생 후 정상적으로 막혀야 하는 복벽 틈이 막히지 않고 통로가 유지돼 생기는 선천적인 탈장이 대부분이다. 탈장이 오랜 기간 동안 방치되면 어린 아이의 경우 고환이나 난소기능 손상으로 불임까지 초래할 수 있다.

성인은 선천적인 원인과 후천적인 원인으로 나뉜다. 선천적으로 고환이 서혜부를 따라 하강하는 경로가 선천적으로 막히지 않거나 불완전하게 막힌 상태로 지내다가 갑자기 복압이 증가하는 심한 운동, 기침 시에 복벽의 약한 틈으로 장이 돌출되는 경우가 있다. 또 흡연과 심한 변비, 운동량 부족 및 복부비만 또는 복부수술 후 약해진 부위의 등이 원인이 되어 후천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어떻게 치료하나

어린 아이에게 발생하는 서혜부 탈장 수술은 발견 즉시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이 경우 주머니를 절제하고 묶어주는 탈장낭의 고위 결찰술 방법으로 약 15분 정도 소요되는 간단한 수술이다. 어른의 탈장 수술은 인공 막을 사용하여 약해진 복벽을 보강하는 무장력 인공막 수술을 시행한다. 통증이 적고 입원기간이 짧으며 수술 받은 다음날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약 10∼15% 정도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1∼3%로 현저히 낮아져 수술 후 재발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소아 탈장의 대부분은 선천적으로 뚜렷한 예방법이 없지만 후천적으로 나타나는 성인의 경우에는 흡연이 근육조직의 구성요소인 콜라겐 섬유의 파괴를 조장하기 때문에 금연만으로도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복부비만을 주의하고 규칙적으로 적당한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pompom@fnnews.com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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