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7만가구 처분임박 집값하락 부추기나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6 17:47

수정 2014.11.05 12:00



일시적 2주택자들이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른바 ‘처분조건부 담보대출’ 주택 중 올해 만기되는 주택이 2만8900가구인 것을 비롯해 오는 2010년까지 3년 동안 7만10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택시장이 대내외적인 경기 불황 등으로 거래부진이 이어지고 가격마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어 처분조건부 주택의 만기 도래는 집값 하락을 더욱 부채질할 주요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주택시장은 서울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최대 30%나 급락하고 있지만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처분조건부대출을 받은 일시적 2주택자들이 기존 집을 내놔도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의 특단조치가 없을 경우 이들 처분조건부대출 주택들이 대출금 상환기일을 넘겨 대거 경매처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처분조건부대출 만기 3년 동안 7만1000가구 달해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시적 2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받은 주택담보대출 물량은 총 7만1000가구로 올해부터 1010년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4·4분기에만 9000여건 등 올해 상환해야 하는 처분조건부대출은 2만9800건이며 내년에도 상환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이 2만9000여건이나 된다”며 “보통 처분조건부대출의 건당 금액이 8000만∼1억1000만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만 상환해야 할 대출원금은 3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처분조건부 대출이란 기존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투기지역에서 아파트를 추가로 구입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릴 경우 2주택자가 되는 순간부터 1년 안에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는 조건으로 받는 대출을 말한다. 만일 정해진 기간 중 주택을 처분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은행은 통상 20%(7∼21%)의 높은 이자를 부과한 후 3개월이 지나면 경매 등 법적 절차에 착수한다.

■집 안 팔리는데 어떻게 매각하나 민원 ‘봇물’

이에 따라 처분조건부담보대출을 받은 일시적 2주택자들은 상환기일을 맞추기 위해 기존 집을 내놓고 있지만 집값이 계속 하락하는 데다 DTI 등 주택대출 규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1년이 넘도록 집이 팔리지 않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과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 홈페이지 민원을 통해 관련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는 처분조건부담보대출자들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 아파트를 2005년에 구입, 지난해 8월 입주한 한 주부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처분조건부대출 만기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집이 1년이 넘도록 안 팔려 잠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은행에서는 상환조건 미이행으로 연체이자를 21%씩 물리고 있고 곧 경매에 넘기겠다고 하니 미치겠습니다. 요즘 집 안 팔리는 거 아시잖아요. 대통령님 제발 규제를 완화해 주셔서 서민들이 고통받지 않게 해주세요”라며 관련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상환기일 못 지키는 주택들 대거 경매시장 나올 듯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아파트 경매건수가 하반기부터 부쩍 늘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는 총 5977건으로 8월 4877건과 7월 3684건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이는 경매시장이 활기를 띠던 지난해 아파트 월별 경매물건 수가 4000건 안팎이던 것에 비해서도 크게 늘어난 수치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아파트값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대출 규제로 인해 주택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인지 경매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아파트 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더구나 처분조건부대출 아파트가 앞으로 집중적으로 만기가 다가오기 때문에 이 같은 사례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이날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지방 미분양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존 주택 처분이 어려워져 처분조건부 주택의 상당수가 자칫 경매시장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처분조건부담보대출 상환 만기를 기존 1년에서 연장해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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