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은행 리스크관리팀 ‘특급 소방수’ 부상

안대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은행 내 리스크관리 부서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영업 드라이브에 딴죽 걸기’ ‘성장 일변도에 발목 잡기’ ‘은행조직의 시어머니’ 등 은행 내부에서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리스크관리 부서의 위상이 미국발 금융쇼크가 확산되면서 주력 부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 은행 내부에서 은행장 의사결정 우선순위나 승진비율에서 영업부서에 밀렸지만 혼란스러운 금융시장에서 전 부서의 전략을 선도하는 핵심부서로 급부상한 것이다.

■리스크관리부, ‘올 라운드 플레이어’

97년 외환위기(IMF) 이후 IMF의 권고로 은행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국내 처음 도입된 리스크관리부서는 최근 은행 내 상품 개발부, 자금부, 여신기획부, 영업전략부서, 해외사업부 등 핵심부서의 기능을 선도하는 역할을 맞게 됐다.

신한은행 이삼용 리스크관리부장은 “딜링룸, 상품기획, 자금시장 등 전 은행 영역으로 리스크관리 부서의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리스크관리 부서만 50여명의 전담 직원이 있어 타 부서에 비해 직원 수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신한은행 리스크관리부 조재희 팀장은 “예전에 리스크관리 부서에서 챙기던 일을 최근엔 영업부서에서 알아서 해 전사적 리스크 관리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리스크관리 부서의 힘도 커지고 있다. 리스크관리가 과거 여신심사기능을 넘어 전 사업부와 융합하지 않으면 영업이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하자 리스크관리 경력이 은행권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실제 이종휘 우리은행행장은 우리은행 재무기획부장과 여신 및 기업 담당 부행장을 거쳐 시중은행장중 가장 리스크관리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다. 때문에 우리은행은 지난해 카드 경쟁에 따른 많은 부실 가능성을 올해 선제 집중 관리해 해소하기도 했다.

산업은행 이연희 리스크담당 부행장은 “리스크 관련 정보의 활용도가 과거보다 높아졌고 금융위기 상황에는 리스크 관리가 금융권의 선도기능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강석 리스크총괄부장은 “리스크 관리에 대한 시각이 과거와 달라 리스크 부서가 영업쪽보다 승진에 불리하진 않다”고 밝혔다.

■금융 혼란…리스크관리에 핵심

국민은행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심해지자 상품별로 투자한도 및 포지션을 정해놨다.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에 대해 상품, 부서, 포트폴리오별로 일정 수준 이상 변동성을 넘을 경우 롱(보유), 쇼트(매도)가 자동적으로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국민은행 한경섭 리스크관리부장은 “유동성 문제 위기관리 대책반을 각 사업부장을 중심으로 구성해 위기상황 시나리오에 맞춰 시시각각 행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건수가 늘어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신한은행은 종합 위기 관리 지침을 통한 신용, 시장, 유동성 리스크의 위기상황 지표를 설정해 최근 주가와 환율 급변동에 즉각 대응하고 있다. 이밖에 시중 은행들은 위기대응 시나리오를 가동해 과거 전략, 영업, 리스크 부서 등의 총괄 회의를 1달에 1번 열던 것을 최근 1주에 1번꼴로 열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전임행장이 영업에 치중한 반면 올해 부임한 이종휘 행장이 재무 리스크에 정통한 실무자 출신으로 영업과 리스크에 균형잡힌 경영을 펼쳐 최근 금융상황에도 안도할 수 있었다. 우리은행 안형덕 리스크관리부장은 “최근 금융권 상황에 따라 태스크포스팀(TFT)을 1주일에 한번 정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금융시장 변동성에 따른 TFT를 상시 운영하며 중소기업경영 대책위원회, 프리워크아웃(사전구조조정)제도, 기업신용평가위원회, 외화 지원 프로그램 등을 총 가동해 중기를 돕고 있다.

/[email protected] 안대규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