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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 넘어 D의 공포가 온다

유정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6 21:39

수정 2014.11.05 11:58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와 ‘R(경기후퇴)’에 대한 거센 압력에 이어 이제는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자산 가치와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소비 위축으로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디플레이션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주 19개 주요 원자재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로이터-제프리 CRB 지수’는 10.4% 폭락하며 1956년 이후 최대 주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26개 원자재로 산정되는 UBS-블룸버그 CMCI도 10% 가까이 하락하며 기록적인 낙폭을 보였다. 또 미국과 영국 등 집값이 지난 1년새 10% 넘게 급락하는 등 글로벌 자산 가격의 하락세로 심상치 않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90년대 자산 가격 폭락과 신용경색으로 촉발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유사한 형태여서 장기 디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런던 소재 코메르츠방크의 조에르그 크래머 수석 이코노미스는 “몇 달 안에 디플레이션의 망령이 당신 앞에 튀어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디플레이션의 시작은 일반적으로 자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신용경색에서 출발한다.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모기지 관련 부실로 인해 자산을 상각함으로써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되고 주택 가격 하락이 금융권의 부실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현재의 상황은 디플레이션의 시발점이 되기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투자청(GIC)의 토니 탄 부회장 “신경용색으로 소비가 줄고 이로 인해 다시 생산이 주는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 발생할 우려가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기조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7월에 단행했던 0.25%의 금리 인상을 되돌리는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는 발언은 이러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 블룸버그통신이 61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46명은 영란은행(BoE)이 오는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4.75%로 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는 이미 ‘대세’로 여겨지고 있다.


드레스드너 클라인워트 그룹의 데이비드 오언 유럽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동성 부족으로 은행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서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며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하고 상당 기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nanverni@fnnews.com 오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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