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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빠듯 ‘외화 유동성 확보’ 쉽지 않을 듯

신현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6 21:40

수정 2014.11.05 11:58



다소 불편한 관계를 보였던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6일 이례적으로 함께 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해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날 은행장들에게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구 노력과 중소기업 지원 협조를 적극 주문했지만 은행권이 이를 얼마나 수용하고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례적인 간담회 개최 배경은?

이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국내 은행장들에게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구 노력을 해달라고 적극 주문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유동성 부족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선제적인 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정부의 지원만 바라보던 모럴해저드에 대해 경고를 하기 위한 자리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이후 해외 단기차입마저 막히고 하루짜리 초단기 달러 차입 금리마저 10% 이상 치솟자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풀어서 숨통을 우선 터줘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에 정부는 외환 스와프 시장에 1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한 데 이어 수출입은행을 통해 시장에 달러를 공급했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은 지난주 20억달러를 집행한 데 이어 이날 30억달러를 추가 집행하는 등 시중은행에 총 50억달러 규모의 외화유동성을 공급했다. 20억달러는 수출중소기업에 지원하고 30억달러는 외화대출, 수출환매입 등 은행의 중소기업 관련 업무용으로 지원됐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정부만 쳐다보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챙기기에 따른 후속 조치의 성격도 짙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금융기관들도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구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관련 기관들은 치밀하면서도 자신감을 갖고 대응하되 방심하지 말고 최악의 가능성도 염두에 둔 단계별 비상대응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지시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손을 잡고 발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번 은행장 간담회에서 정부의 방침에 역행하는 은행들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과 함께 금융위는 중소기업 대책과 관련해 협조를, 기획재정부는 외화 유동성과 관련한 은행의 외화증권 등 해외자산 조기 매각 및 대기업 외화예금 국내 유치 등을 주문했던 것으로 보인다.

■은행, 긍정적 입장 속 회의론도

주요 은행들은 일단 정부의 당부에 즉각 화답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수출입은행과 시중, 지방은행 자금부장들은 회의를 열고 정부가 긴급 공급한 달러를 각 은행의 중소기업 지원 실적과 매입외환, 외화대출 실적 등을 토대로 은행별로 배분했다. 시중은행 실무자들도 회의가 끝난 후 중소기업 대출 심사를 완화하고 환어음매입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키코 거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가운데 우량 기업에 대해선 출자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현재 각 은행들이 실적 및 리스크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정부의 요구가 얼마나 먹힐지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정부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외화증권을 비롯한 외화표시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외화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설명이다. 잘못하다가는 오히려 시장만 더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은 이미 그동안 관련 자산 매각을 통해 외화자산 조달에 힘써왔다”며 “현재의 상황에서는 사려는 사람이 없는 데다 너무 싼 가격에 내놓으면 국내 은행의 신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어 시장의 더 큰 혼란만 부추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기지원과 관련해서도 리스크 관리강화와 중기 지원 확대가 서로 모순되는 부분이 많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시중 은행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으로부터 수출입어음을 미리 샀다가 은행이 외화를 조달 못할 경우 오히려 리스크만 더 확대될 수 있다”며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급문제는 은행들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shs@fnnews.com 신현상 강두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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