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피플일반

[FN 이사람] 경기도 평택항 소무역연합회 허철구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7 11:14

수정 2014.11.05 11:56

“제가 중국어를 너무 어렵게 공부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같은 시행착오를 겪게 하고 싶지 않았죠. 노하우를 살려 상인들에게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경기도 평택항과 중국 일조항을 운항하는 C&훼리 KC RAINBOW 2층 계단 옆에서 매일 저녁 상인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친다는 허철구씨(52).

그는 한국에서 공인중개사로 활동하다 중국 부동산 시장을 조사하기 위해 배에 오르게 됐다.

3년전 처음 배를 탈 때 그는 중국어를 전혀 몰랐다. 평택항에서 일조항까지 배로 걸리는 시간은 20여 시간. 그는 취침시간과 식사시간을 제외한 모든 남는 시간을 중국어 공부에 투자했다. 혼자서 하루에 10시간 넘게 중국어 공부만 한 셈.

그렇게 기를 쓰고 중국어 공부에 매달린 끝에 중국에 내리면 한국사람인지 현지인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 됐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즈음 주위에서 통역·번역 의뢰가 들어왔다.
한번, 두번 부탁을 들어주던 그는 ‘고기를 잡아다주는 거보다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결국 ‘선상 중국어 교실’을 열었다.

화이트 보드까지 동원한 ‘선상 중국어 교실’의 열기는 그야말로 대단하다. 중국어 강좌가 열리는 저녁이 되면 책을 옆구리에 낀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선상 중국어 교실’의 인기 비결은 무료로 이루어질 뿐아니라 강의수준도 매우 높기 때문. 학생들의 연령대가 노년층이 많다보니 여러번 반복해서 가르치는 맞춤형 강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달리 중국어를 배울 시설도 없어 배 안에서 무료하게 지내던 학생들은 무료 강의를 해주는 허철구 선생을 ‘구세주’ 라고 표현했다.
‘선상 중국어 교실’을 통해 상인들은 간단한 회화가 가능해져 중국인들과 거래할때 물건값을 깎기도 한다고.

그는 중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한다. 현재 중국에 있는 대부분의 한국어 교재는 조선어로 되어있다.
조선어를 가르치는 학원은 있지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원은 전무한 상황. 그는 정부 차원에서 중국에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true@fnnews.com김아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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