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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공황상태..“불안심리 해소가 관건”



원·달러 환율이 하루 50원 이상 급등하는 고공행진이 3거래일 연속 이어지면서 외환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대내외적인 불안심리가 해소되지 않으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환율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정부차원의 특단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59.1원 폭등한 1328.1원으로 마감됐다. 6년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폭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컸다. 미국,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되면서 달러화로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이날 환율은 역외환율 급등 여파로 전날보다 61.10원 폭등한 1330.1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매수세 폭주로 1분 만에 1350.0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장초반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으로 1320.00원으로 밀렸던 환율은 이후 1320∼1340원 사이에서 공방을 거듭하다 1328원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오후장 들어 호주, 뉴질랜드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소식이 전해지자 역외시장에서 매도세가 흘러나왔고 환율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구제금융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대외 불안 요인들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 강세가 이어지면서 환율이 1500원선 마저 위협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와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로 외화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환 당국이 외국환 평형기금(외평기금) 적자와 외화 자금시장 지원 등으로 외환 보유액을 동원한 개입을 자제할 가능성이 커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외환은행 김두현 차장은 “매수세가 대기중인 상황이어서 추가 폭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는 시장이 패닉에 빠진 상태인 만큼 장 시작후 급등세를 보였던 상황이 며칠 더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시장 불안심리 해소가 현상황에서 가장 큰 관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일시적으로 환율 상승폭을 제안하는 등 외환시장 불안심리가 위기로 이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도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IMF 때와 같은 고금리 고환율, 내수긴축 강요 등 극약처방은 내릴 수가 없다”며 “국내적으로도 주택경기와 같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단기유동성을 적극적으로 공급하면서 국제사회와 공조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윤덕룡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원·달러 환율의 불안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위기로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도록 일시적인 환율 상승폭 제한 조치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급격한 환률상승이 실물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져서 기능을 제대로 못할 경우 행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바로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dskang@fnnews.com 강두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