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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환율..정유·항공 직격탄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7 21:36

수정 2014.11.05 11:52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이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며 후폭풍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7일 산업계에 따르면 철강, 전자, 정유, 섬유 등 산업재와 소비재 수출 급감이 가시화되면서 기업들의 하반기 경영 구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항공업계는 유가가 하향안정세로 전환해 한숨 돌렸지만 환율상승 복병이 등장해 난관에 봉착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을 1130∼1150원 선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의 환율 추세는 1500원을 향해 달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올해 평균환율을 930원대로 잡았다가 최근 200원을 높였는 데 환율이 추가로 오른다면 비용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200억원의 추가부담이 생긴다는 것이 대한항공 측 계산이다.


항공사들은 환율상승으로 달러화 결제를 위한 달러조달 비용이 추가되는 부담보다도 항공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 더 큰 우려를 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외환위기 때보다는 항공수요가 격감한 2001년 미국 9·11 테러와 2003년 말 중국 사스파동 때가 더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2003년 중국 사스사태 때 같은 상황이 재연된다면 견디기 힘들 수 있다”면서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 등은 헤지 등으로 손실을 줄일 수 있지만 고환율, 고물가에 따른 불황심리로 해외여행 수요가 극도로 위축된다면 달리 대책이 있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의 급등하는 환율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내년도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것조차도 별 의미가 없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는 최근 들어 철강원자재라고 할 수 있는 철스크랩 가격이 글로벌 동반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니켈 등 원자재들도 가격이 급락해 철강경기 하강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오르던 철강가격도 주춤하거나 내림세로 전환되면서 생산품목 비중조절에 나서는 등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대비 움직임이 부산하다. 게다가 수입 원자재의 경우 환율 급등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삼성, LG 등 주요 전자업체들은 금융불안과 함께 불어닥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품의 하락세까지 겹쳐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원화 급등락으로 인해 시장 수요 예측이 힘들고 궁극적으로 실물 경제에 영향을 줘 기업 경영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며 증시 폭락으로 인한 시가총액 하락은 단기적인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 도레이새한, 휴비스, 웅진케미칼 등 주요 섬유업체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수출호조 등으로 최고 성과를 냈지만 최근 금융시장 불안으로 수익성 하락 위기에 직면했다.

섬유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의 급변동으로 인해 해외 수주가 잘 안되는 상황이라서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차입금이 많은 회사들이 고전하고 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반면 롯데 등 주요 유통호텔업계는 올 연말에 금융불안이 최저점을 기록한 후 내년 하반기 회복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공격경영을 준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최근 금융불안에도 불구하고 식음료 사업에서 신규사업 아이템을 적극 개발하고 유통 부문에선 글로벌 시장 확대를 더욱 공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정유업계는 앉아서 손해를 보고 있다. 또한 올 들어 마련한 대규모 투자계획으로 인한 외화부채 규모 역시 거대하다. 막대한 외화환산손실과 함께 이자부담 역시 급증하고 있다.

환헤지를 감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율이 10원 오를 때 SK에너지는 310억원, GS칼텍스는 200억원,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도 각각 150억원 정도의 평가손실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SK에너지는 상반기 3500억원가량의 환차손을 기록했다.

최근의 환율급등세로 인한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유업체들은 수출 시장을 동남아, 유럽 등으로 다변화는 등 내수보다 수출에 주력하면서 대응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져들어 악전고투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도 베이징 올림픽 특수가 끝나면서 업황이 악화되고 있고 주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2∼3년 새 두 배가량 오른 가운데 환율로 인한 원가부담까지 겹쳤다.
특히 세계경기 급랭으로 인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에 향후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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