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주가·실적 동반 추락 ‘역실적 장세’ 왔나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7 23:04

수정 2014.11.05 11:50



‘역실적 장세’라는 용어를 아시나요.

한동안 증권시장 용어록에서 자취를 감췄던 예전의 부정적 용어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그만큼 거시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단적인 예를 주가가 폭락했던 지난 6일 증시에서 찾을 수 있다.기업들 실적이 나빠지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역실적 장세’의 징후가 포착된 것이다.

■역실적 장세 도래하나

이날 증시에서는 3·4분기 예상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보이는 종목들이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4·4분기 또는 내년 이들의 향후 실적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조선주와 건설·철강주의 주가 하락폭이 컸다. 지난 실적은 좋았지만 4·4분기와 내년 초 실적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

대신증권 조윤남 투자전략부장은 “철강·기계·조선업종 종목들의 3·4분기 실적이 매우 양호하게 나올 것으로 전망됨에도 주가 하락폭이 큰 것은 경기하강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이들의 실적도 앞으로 동반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역실적 장세에서의 투자전략은 그동안 주로 사용하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보다는 현재부터 향후 1년간의 가격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현명하다는 지적이다.

지금이 역실적 장세라면 통상 그 다음은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금융장세가 오기 마련이지만 현 국면에서 이를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점에서 투자 잣대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비록 지난 주말 미국 구제금융 법안이 통과됐지만 미국 대선이 코앞에 다가와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 시행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효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신용경색 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장세 기대난 불확실성 해소 선결돼야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누가 나서서 구제금융법안에 대한 구체적 안을 만들고 발표해야 하는 등 총대를 메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동양종금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기업가치의 하락, 거시경제지표 악화, 자금경색 등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히 역실적 장세에서 금융장세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금융주들의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으로 볼 때 구제금융 이후 금융주는 초기에 부진을 견디지 못하다 신용경색이 풀리는 4∼5년후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유동성 장세가 오기에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이 너무 많다”고 분석했다.


구제금융 시행 이후 금융주들이 초반에 부진을 겪는 것은 해당 CEO가 교체되면 실적 증가를 위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데 따르는 비용과 부실자산 상각 등 실적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투자은행에서 상업은행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시점에서 레버리지를 낮추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유동성 장세가 먼 이유로 꼽힌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불확실성 요인들이 해소됐다는 기대감이 작용할 때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ktitk@fnnews.com 김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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