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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북] “디지털 시장은 여인들 천하다”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8 16:45

수정 2014.11.05 11:46



■콜래보 경제학(데본 리 지음/흐름출판)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책이 나왔다. ‘콜래보 경제학’(흐름출판)이 그것이다. 세 번을 반복해 읽었다. 그런데도 또 읽고 싶을 만큼 무척 독특하고 재밌고 인상적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아, 맞다!”며 연신 흥분했더랬다. 두 번째는 “아아, 그게 이랬던구나”로 눈과 마음이 반짝이고 뿌듯했더랬다.
다시 또 읽었다. 그랬더니 “아아,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는 감정이 확 몰려왔더랬다. 그랬다.

참고로 ‘콜래보 경제학’이란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과 이코노믹스(Economics)의 합성어로 ‘협력의 경제학’을 의미한다. 스스로 경제에 대해 바보 온달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라면 이 책이 분명 평강공주로 신부처럼 다가올 것이다. 그러니 아둔함이 곧바로 총명함으로 바뀌어 찬란하게 빛나는 게 자연 보일 것이다. 이 책과 만남이 마치 신혼의 느낌이다.

이 책은 ‘왜 콜래보노믹스가 밥 먹여주는가(1장)’에 대해서, 그리고 ‘콜래보레이션의 5가지 유형(2장)’도 상세히 사례를 적용해 설명한다. 마지막으로는 ‘콜래보노믹스 실전 활용술(3장)’을 논한다. 즉 서론·본론·결론 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잘 구성돼 있다. 학창시절부터 브랜드와 소비자 행동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던 저자 데본 리는 “매장이 단순한 제품 판매 장소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고객과 브랜드가 만나는 접점이라는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126쪽)고 핵심을 설명한다. 또 “상품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앤트로폴로지의 사례’를 들어 강조한다. 소니의 플래그십 스토어(전문 매장)의 성공도 마찬가지다. ‘매장의 운영 목적이 판매에 있지 않다’는 점을 들면서 ‘일종의 갤러리’로 보이는, 이런 변화가 성공했노라고 강조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장과 소비자는 계속 변화한다. 그런 까닭에 이 변화에 발맞춰서 소비자를 대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매장 뿐만 아니라 동네 구멍가게도 귀담아 들어야 할 조언이다. 특히 “소비자인 사람들을 모으려면 지역의 랜드마크가 돼라”(138쪽)는 메시지는 기업의 마케터는 물론이거니와 소자본 창업자의 성공 마케팅을 위해서 시사하는 바 크다.

예컨대 쌈지길이 그렇다. “인사동 쌈지길은 상업 공간이자 복합 문화 공간이다. 4층까지 이어진 경사로에 올망졸망하게 붙어 있는 가게들을 보면 무언가 재미있겠구나 하는 호기심이 들고 시간을 잊게 만든다. 그 결과 쌈지길은 평일 하루 6000여 명, 주말에는 1만여 명이 넘는 방문객을 자랑한다”(142쪽)에서는 뭔가 번쩍하는 영감이나, 아이디어 그리고 벤치마킹할만한 ‘대박의 그림’이 그려진다.

앞으로 마케팅의 성패는 시장점유율에 있지 않다.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마음점유율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저자는 지금부터 새로운 부를 창출하기 위해 고객의 동향을 면밀히 살필 것을 우리에게 주문한다. 그러면서 고객들이 원하는 감정의 본질적인 면을 채워주고자 하는 ‘하이컨셉 콜래보레이션’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주의할 점도 언급한다. “동종업계의 벤치마킹은 1위 기업보다는 후발업체에게 적당한 전략이라면서 최고나 최초를 지향하는 기업에게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라는 분석 등이 그렇다. 기업 대신에 프랜차이즈, 혹은 소자본 창업자로 바꿔 말해도 똑같은 주의사항일 것이다.


“테크 파탈족의 마음을 훔쳐야 성공한다”(167쪽)라는 저자의 날카로운 예측은 단연 압권이다. ‘창업 트렌드’로 읽어도 손색없다.
“지금까지 남성이 주도하던 디지털 제품 시장은 여인 천하가 된지 오래다”라는 얘기에서 새로운 창업 아이템이 아이디어로 마구 샘솟으며 떠올랐기 때문이다.

/심상훈 작은가게연구소장 ylmfa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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