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저금리 국제공조’,깊어진 韓銀 고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8 17:02

수정 2014.11.05 11:46



금리인하를 위한 국제간 공조가 무르익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RB)의 벤 버냉키 의장은 7일(현지시간) 한 연설에서 금융위기 확산으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부시 대통령은 영국·프랑스·이탈리아 지도자들과 전화 회담을 갖고 난국 타개를 위한 공동대응책을 논의했다. 오는 10일 워싱턴에서는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담이 열린다. 일련의 흐름을 살펴볼 때 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조만간 전격적인 금리인하 공조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금은 백약이 무효다.
미 의회를 간신히 통과한 사상 최대 규모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법안은 벌써 약발이 다했다. 다급해진 FRB가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에 나섰으나 다우지수는 보란 듯이 95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불똥이 튄 영국·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이 국유화와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시장을 살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효과는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게 금리인하 카드다. 다행히 국제유가가 두자릿수 내림세로 돌아선 덕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한풀 꺾였다.

한국은행은 오늘(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환율과 시중금리가 치솟고 은행·기업들이 달러를 구하지 못해 안달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절박하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한은 이성태 총재는 지난 수개월 간 경기와 물가 사이에서 균형잡힌 정책 결정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어왔다. 지난 8월엔 물가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고 9월엔 5.25% 동결 결정을 내림으로써 다시 ‘중립’으로 돌아섰다.

현 시점에서 금리인하는 물가불안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유가가 떨어졌지만 현실적으론 환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효과가 상쇄됐다.
이런 판에 금리를 내리면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을 더 부추길 소지도 있다.

그러나 지금 더 급한 건 중앙은행이 국내 실물경제의 파탄을 막고 국제간 금융 공조에 적극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자세가 아닐까 한다.
우리 기준금리가 5.25%로 미국(2%)보다 배 이상 높아 운용의 여지가 큰 것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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