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원자재 수입가 30% 폭등..도산위기 몰린 중기

양재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8 17:48

수정 2014.11.05 11:45



중견, 중소기업들이 ‘환율공포’에 떨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수입가격이 환율상승분을 감안할 때 최대 30%까지 치솟으면서 대기업에 비해 체질이 허약한 중소기업들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중소 금속·피혁·전선·기계·자동차부품 등 원부자재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1300원대 환율 진입에 따른 환차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도산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환율이 달러당 1300원을 돌파해 1400원을 넘보면서 예년보다 평균 30% 이상 원자재 구매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출혈 구매’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 들어 8월까지 부품소재 수입량은 총 1044억달러 규모에 달할 정도로 수입의존도가 높아 국내 중견, 중소기업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원자재값 부담 때문에 비상 사태를 맞고 있다.

주원료인 펄프를 수입에 의존하는 제지업계의 경우 환율상승으로 채산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달러당 1019원이던 지난 7월에는 펄프구매가가 t당 81만5296원이었지만 1300원까지 올라간 현재 상황에서 t당 가격이 96만2000원으로 올라가면서 국제 펄프값 하락에도 오히려 원자재 부담이 늘고 있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국제 펄프가격이 안정되면서 제지업체의 수익이 좋아졌지만 치솟는 환율 때문에 두 달 새 원자재 부담이 20%가량 높아졌다”며 “국내 가격을 인상할 수 없어 수출 비중을 높이고 있는 제지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의 중소 제조 A사도 이날 회의를 열고 매달 치솟고 있는 부품대금 결제액을 긴급 점검했다. 일본에서 휴대폰 부품을 수입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이 회사는 지난달에만 환율 급등으로 10억원가량 손해를 봤다. 그렇다고 원청업체인 대기업에 납품가를 올려 달라고 말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A사 사장은 “현재 대기업와 납품가 인상을 위해 논의 중에 있지만 선뜻 올려 달라고 하기 어렵다”면서 “당장 내일의 상황도 예측할 수 없어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서울 구로동의 전자부품 제조 B사도 환율이 급등하는 등 대외 여건이 불안정하자 중국 공장 물량을 줄이고 국내 생산액을 늘리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 회사는 추가로 달러 부족을 우려해 최대 100억원대까지 현금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본부 고객지원팀 유익종 팀장은 “계약변경, 공장 처분 건수가 최근 급감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경영이 어려운 기업들이 공장부지를 처분하려고 해도 살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엔 환율도 치솟으면서 엔화 대출이 많은 중소기업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날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4원 급등한 1395원으로 마감돼 199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엔화로 갚아야 하는 대출 기업들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주요 은행 5곳으로부터 빌린 엔화 대출 잔액은 9월 말 현재 9232억엔 규모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자산(부동산)을 매도하는 것을 고려하거나 추가로 엔화를 차입받아 대출금 갚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디지털단지의 C기업 사장은 “지난해 엔화로 100억원의 대출을 받아 경기 파주에 연구소와 공장을 착공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출금 이자 때문에 올 11월께 완공하려던 계획을 내년으로 미뤘다”고 말했다.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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