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의 덫’에 빠진 통신시장] ③ 통제불능 유통망
유·무선 통신서비스의 허술한 유통제도는 통신 유통구조를 법적·제도적 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통제 ‘사각지대’로 만들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정부의 규제나 처벌을 무서워하지만 유통점들은 규제와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데다 통신사업자들도 통제할 방법이 없는 형편이다.
■번호이동제, 할부대금 체크 못해 신용불량자 양산 우려
이동전화 번호이동의 허술한 구조와 사업자의 통제권에서 벗어난 유통점들이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번호이동을 할 때 기존 사용하던 회사에 미처 다 납부하지 않은 할부금이 있는지 체크하고 완납하도록 하는 구조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일반적으로 휴대폰 할부대금은 이동전화 요금과 함께 고지서에 표시돼 납부하는데 번호이동을 하고 나면 기존 이동통신회사는 남아있는 할부대금을 청구하거나 받아내기 어려워지는 것. 가입자는 할부금이 남아있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동통신 3사는 2005년부터 2007년 말까지 번호이동으로 해지한 가입자에게 받지 못한 할부대금이 677억원에 달하고 미납건수도 122만5596건으로 집계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치열한 번호이동 경쟁이 벌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미납 할부금과 미납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를 늘려 모집 수수료를 더 받아내려는 유통점들은 소비자에게 미납 할부대금을 알려주지 않은 채 번호이동을 권하기 마련이어서 할부대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번호이동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업정지 기간 중 버젓이 영업, 정부도 ‘골머리’
지난 7∼8월에 KT와 SK브로드밴드, LG파워콤 등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은 고객정보를 유용한 혐의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 제재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유통점들이 정부의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젓이 예약가입자를 모으는 불법행위가 벌어졌다. 통신사업자는 전산을 막고 가입자를 받지 않았지만 유통점들은 예약가입을 받아뒀다가 영업 재개 후 모집 수수료를 챙기면 되기 때문에 영업을 멈추지 않은 것.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런 불법영업을 파악했지만 정작 막을 방법은 찾지 못한 채 속만 끓였다. 불법영업을 하는 유통점들은 통신회사와 직접 계약하지 않고 가입자를 모아 대형 유통점에 넘기는 구조여서 불법현장을 적발하기도 어렵고 적발해도 바로 폐업하고 달아나는 사례가 많아 처벌이 어려운 형편이다. 결국 정부와 사업자의 통제권이 미치지 않는 유통망이 정부의 제재조차 무색하게 만들어버린 셈.
■개인정보 유출 방지는 손도 못 대
방통위 한 관계자는 “최근 개인정보 유출 경로를 역추적했더니 이동전화 판매점이나 온라인 번호이동, 초고속인터넷 텔레마케팅처럼 사업자와 2∼3단계 떨어진 유통 과정에서 유출되는 게 대부분이었다”며 “개선책을 찾고는 있지만 정부의 규제정책이 먹히기 어렵고 통신사업자를 통해 강제할 수도 없는 경우가 많아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지만 개인정보 자체가 영업수단인 통신 유통망에는 보호제도 자체가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유통구조 개선은 통신사업자가 스스로 할 일이지만 정부도 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번호이동 같은 제도를 촘촘히 보완해주고 하부 유통점들이 고객정보를 활용할 수 없도록 개선안을 만드는 등 측면지원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구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