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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매물 실종..일부선 “환율 급락 가능성도”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8 21:07

수정 2014.11.05 11:43



환율이 파죽지세로 폭등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안전자산 선호가 심화돼 달러 매집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나서 “97년 외환위기 때와 다르다”며 시장심리 안정을 호소하고 있지만 서울외환시장의 현물환거래 물량이 급감하는 등 시장 체력이 약화돼 통제불능사태로 빠져들고 있다.

하지만 외환시장 일부에서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한층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환율이 단기적으로 너무 올라 불안심리가 진정되면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달러화 매물 실종+한반도 리스크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환율은 전날 대비 66.9원 급등한 1395.0원으로 마감했다.

미국과 유럽의 각국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고 호주, 이스라엘, 홍콩 등도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등 글로벌 공조가 계속되고 있지만 신뢰위기로 인한 불안감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외환시장은 달러화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미국과 유럽발 금융위기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7일까지 외국인들이 주식, 채권(상장) 시장에서 통틀어 10조4000억원가량 순매도하고 있고 무역수지가 9개월간 142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달러화 수요우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실물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원화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소식도 외환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악재가 중첩되고 있는 형국”이라며 “단순하게 가용외환보유액이 97년의 10배 이상이어서 안심할 수 있다는 주장만을 펼 것이 아니라 시장을 선도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세계 주요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이 잇따라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신용등급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도 환율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급등 지나쳐 급락 가능성 대두

외환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환율 상승폭이 과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루 현물환 거래량이 50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한 상황에서 환율이 폭등하는 것은 지나친 쏠림 현상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일 이후 7일까지 환율이 급등세를 보인 3일간 현물환 거래량은 하루 평균 55억7000만달러로 지난달의 하루평균 80억1000만달러에 비해 24억7000만달러 급감했다.

외환시장에서 거래량이 줄면서 조그마한 충격에도 환율이 급변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대기업들이 앞으로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현물, 선물 시장에 풀지 않아 외화수급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면서 “금고 속 달러를 풀라”며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묶여 있던 달러가 나오고 주요 달러 공급원인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 환율은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거래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약간의 외부 충격에도 환율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며 “당분간 상승추세일수는 있지만 어느 순간 확 급락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아직까지는 더 오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대외 호재가 나타날 경우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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