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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에 발목잡힌 M&A..삼성·LG전자·SK텔 ‘차질’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8 21:08

수정 2014.11.05 11:43



환율 폭등이 우리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멈추게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 우리 기업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대기업은 해외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해 숨고르기에 들어갔고 중소기업은 원자재 부담이 최고 30% 늘어나면서 공장 가동을 멈추는 등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한계 상황을 떠올리고 있을 정도로 환율 폭등이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은 엄청나다. 중소기업의 경우 도산을 걱정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환율 폭등이 대기업,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본다.


‘환율쇼크’가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일부 M&A는 포기해야 할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은 각각 해외 기업 M&A나 합작법인 설립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들 국내 기업이 당초 해외 기업 인수합병에 나설 시점의 원·달러 환율보다 현재 환율이 200∼300원 이상 상승하면서 인수비용부담도 덩달아 커져 M&A 부담이 커졌다.

실제 지난달 1100원대에 불과하던 원·달러 환율이 8일 외환위기 이후 10년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1395원으로 치솟았다. 이런 추세라면 환율 1500원대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게다가 미국 발 국제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기업의 자금사정도 악화돼 해외 기업 M&A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세계 1위 메모리카드 제조업체인 미국 샌디스크 인수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는 환율폭등으로 늘어난 인수비용 부담에 속앓이 중이다.

삼성전자가 샌디스크에 제시한 인수가격은 58억5000만달러(6조여원). 삼성전자의 샌디스크 인수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였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부담할 샌디스크 인수금액은 지난달 6조4000억원(환율 1100원 기준)이던 것이 이달들어 7조6000억원(환율 1300원 기준)으로 뛰어올랐다. 불과 한달 만에 1조2000억원의 추가 인수금액을 부담해야 할 처지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샌디스크에 전액 현금 지불 조건을 제시해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LG전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LG전자가 독일 태양광에너지 전문회사인 코너지 그룹과 추진 중인 합작법인 설립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양측은 이미 지난달 LG전자가 합작법인 지분 75%를 인수하고 코너지 그룹이 25%의 지분을 유지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면서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인수할 지분 75%만큼의 자금에 대한 부담이 커져 고민에 빠졌다.

증권가에선 LG전자가 지분 인수를 위해 필요한 자금이 2억달러가량으로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LG전자가 지난달 원·달러 환율 1100원 기준으로 당초 부담할 금액은 2200억원가량 이었으나 환율 13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한 지분 인수 금액은 2600억원에 달한다. 한달 사이 무려 400억원가량의 비용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금융위기로 인해 회사채 발행 등의 자금줄이 얼어붙는 것도 LG전자의 합작법인 설립을 한층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전환사채(CB)를 이용해 스프린트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SK텔레콤도 미국 발 금융위기와 원·달러 환율 급등에 부담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국제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현지에서의 달러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한 데다 원·달러 환율마저 폭등해 지난 7월 대비 비용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사진설명=원·달러 환율이 거래일 기준으로 4일째 급등해 1395.0원까지 치솟은 8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환전창구에서 고객들이 환율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서동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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