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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발레는 재미없다?..아니죠!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9 16:22

수정 2014.11.05 11:39



모던발레는 어렵고 재미없다?

난해하게만 느껴지는 모던발레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가 열린다. 오는 17∼19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유니버설 발레단(단장 문훈숙)의 ‘모던발레 프로젝트’다.

유니버설 발레단이 지난 200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한 이번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모두 3편. 현대 발레의 살아 있는 신화로 불리는 한스 반 마넨, 초현실주의 무용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윌리엄 포사이드, 영국 출신의 젊은 천재 안무가 크리스토퍼 휠든 등 3인의 전혀 다른 세 작품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첫 무대를 장식하는 한스 반 마넨의 ‘블랙 케이크’는 와인바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그린 작품. 우아한 검정 드레스를 차려입고 춤을 추던 커플들이 술에 취해 가면서 감춰진 감정을 드러내는 과정이 유머러스하게 포착됐다.

20분이 채 되지 않는 작품 속에는 차이코프스키, 야나체크, 스트라빈스키, 마스네 등의 음악이 고루 사용됐고, 이들 음악은 한스 반 마넨의 엉뚱한 발상과 조화를 이루면서 때론 폭소를 터뜨리기도 한다.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 상임 안무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한스 반 마넨이 NDT 창단 30주년을 기념해 만든 이 작품은 무엇보다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상돼 난해함과는 거리가 멀다.


‘블랙 케이크’가 포도주를 한 잔 마신 듯한 알딸딸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면 두 번째 작품인 윌리엄 포사이드의 ‘인 더 미들’은 숨막히는 긴장감을 제공한다.

지난 1987년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이 초연한 ‘인 더 미들’의 원제는 ‘인 더 미들, 섬왓 엘리베이티드(In the Middle, Somewhat Elevated)’. 굳이 번역하자면 ‘상승의 한가운데’쯤 된다. 금속성 강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톰 뷜렘의 곡을 음악으로 사용하고 있는 ‘인 더 미들’은 날카로운 발동작과 열정적인 점프 등 팽팽한 긴장감을 동반한 움직임으로 관객의 숨을 조여온다. 갈라 공연 형태로 ‘인 더 미들’의 일부가 국내 소개된 적은 있지만 작품 전체가 공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 번째는 바짝 조였던 긴장의 끈을 다시 풀어헤칠 수 있는 이완(弛緩)의 무대다. 우아한 발레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 뒷모습과 연습실 장면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백스테이지 스토리’는 모던발레를 어렵게만 여겼던 일반관객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 콧대 높고 이기적인 주역 발레리나가 공연 전날 발목을 다치면서 착하고 예쁜 신예 발레리나가 하루 아침에 신데렐라로 등극한다는 이야기에 코믹함을 더했다.


지난 2005년 국내 초연돼 관객의 환호와 폭소를 자아냈던 이번 작품에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주역 무용수 강예나와 황혜민이 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3만∼7만원. (02)2005-0114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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