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경기침체 심각..환율이 ‘금리 추가인하’ 결정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9 17:29

수정 2014.11.05 11:38



매달 둘째주 목요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점 15층에서 열리는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는 통상 오전 9시에 시작해 1시간 남짓이면 끝난다.

하지만 9일 금통위는 오전 11시4분에 끝났다. 2시간을 넘길 만큼의 마라톤 회의 끝에 기준금리와 총액한도대출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난 2004년 11월 이후 처음이면서 이성태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사봉을 잡은 2006년 4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 방향은 대체적으로 전날 비공개로 진행되는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어제 회의까지만 해도 동결이 우세했는데 전일 밤 주요국들의 잇따른 금리인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통위원 간에 밤 사이 전화통화를 통해 방향을 재조정한 결과”라고 말했다.

5%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소비자물가로 인해 좀처럼 바뀔 것 같지 않던 한은 통화신용정책 방향을 급선회하게 만든 것은 이성태 총재가 밝혔듯 “금융불안 완화와 경기둔화 우려”였다.


■물가에서 경기로 방향 급선회

이 총재는 “미국발 금융불안이 언제 진정될지 알기 힘들다”며 “현재 글로벌 경기상황을 진단한 결과 통상적인 상황보다 더 나쁘다”고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중국과 영국, 유럽중앙은행, 스위스, 스웨덴 등 주요 국가들도 기준금리 인하조치를 취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의 경우 당분간 늘겠지만 내수는 상당기간 부진을 지속할 것이고 내년 상반기까지 밝은(좋은) 신호가 없다고 덧붙였다.

물가는 상당히 많이 내렸고 국제유가도 앞으로 크게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종합하면 물가는 여전히 높지만 급등 가능성이 작고 전 세계에 불안을 드리우고 있는 경기둔화의 그림자는 한국 경제를 옥죌 수 있어 사실상 시중에 유동성을 푸는 금리인하를 단행한다는 것이다.

금융불안 완화 필요성도 금리인하 배경이다. 최근 실세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있다. 중소기업들에 주로 지원되는 총액한도대출금리 인하 결정도 연장선이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도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금융불안과 경기둔화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따라 추가 인하시기·폭 결정

이 총재는 또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국제금융시장 움직임, 즉 외자조달 여부나 환율안정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금리인하는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이탈 여지를 높이기 때문에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따라서 한은이 경기방어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쇄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려 해도 외환시장이 불안하면 가능성이 작아진다.

한은 관계자는 “금통위가 한때 환율이 1500원 선까지 치솟았다는 것을 알면서 금리인하를 한 것은 현재의 환율이 비정상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급락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 국면이 통상적인 경기상승이나 하강에 비해 상황이 더 나쁘다고 금융당국 스스로가 진단한 만큼 추가적인 통화완화에 대한 가능성은 남아 있다”며 “향후 6개월 이내에 최소 2회 정도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mirror@fnnews.com 김규성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