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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뜨기 겁나” 애널리스트들 ‘혼돈’



“아침에 눈 뜨기가 겁난다.”

증권가에서 요즘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연일 손해를 보고 있는 투자자들의 소리가 아니다.

다름 아닌 현 상황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해 주는 증시 애널리스트들의 한결같은 푸념 섞인 목소리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은 애널리스트들에게도 심각한 정신적 부담과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하는 보고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올라온 보고서들을 보면 과거 증시가 좋았을 때와는 달리 다양성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대부분 비슷한 주제와 내용들로 보고서가 작성돼 차별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 증권사의 모습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근무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솔직히 요즘 같은 장에서 어떤 주제로 어떤 종목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자주 변하는 건 건드릴 수 없어 이를 제외하다 보면 대부분 보고서들에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증시가 워낙 변동성이 많고 불확실성이 팽배해 과거처럼 포트폴리오를 짜서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보고서들은 짧게 보는 이슈보다는 장기적 전망이 담긴 내용이 주를 이룬다. 보고서를 쓰고 한 시간 뒤 다른 뉴스가 나와 무용지물이 된 보고서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또 악재가 많고 호재가 증시에 영향을 주지 않는 현 상황에서 증시에 대한 단기적 예측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리서치 본부에서 지난 화요일 1320선을 바닥으로 전망했는데 이 전망은 다음날 힘없이 무너졌다”며 “현재 장은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보고서도 전망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현상을 설명하는 정도”라고 했다.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인 판단이 시장에 통하지 않는 현실에 증시 전문가들도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IMF 외환위기 때와 현 상황이 비슷하고 카드대란 때보다는 더 힘들다는 한 애널리스트는 “이제는 새로운 것을 찾아 쓰는 것보다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먼 장래를 예상하거나 현상만을 설명하는 보고서를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hit8129@fnnews.com 노현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