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경매투자 2009년초까지 기다려라”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9 22:29

수정 2014.11.05 11:35



집값 하락이 확산되면서 아파트 경매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응찰자수는 줄어들면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도 급전직하하고 있다.

과거 경기 불황기에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서울 강남지역의 유망 아파트 경매 물건도 최근에는 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나홀로 호황을 구가했던 2억원 이하 소형 주택의 인기도 급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매 시장에도 갈수록 매물이 쌓이는 데 비해 매수세는 더욱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망하면서 경매물건이 더욱 많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께 적극적으로 나서볼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9일 법원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경매물건의 평균 낙찰가율은 지난 5월 90.2%에서 지난달 79.8%까지 추락했다.
같은 기간 평균 응찰자 수는 7.8명에서 5.2명으로 줄었고 낙찰률(입찰건수 대비 낙찰건수)도 55.1%에서 36.7%로 떨어졌다. 경매 출시 건수는 이 기간 243건에서 319건으로 늘었다.

지지옥션 장근석 매니저는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이 최근 몇년 간 70%대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며 “주택 시장의 침체가 경매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형아파트 경매 물건도 인기 급락

최근에는 감정가 2억원 이하 소형 아파트 인기도 급락하고 있다. 소형 아파트는 가격이 저렴하고 실수요자들이 저렴하게 내집 마련을 노릴 수 있어 그동안 큰 인기를 끌어왔다. 낙찰가율 120% 이상은 기본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현재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소형 아파트 인기도 싸늘하게 식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2억원 이하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 5월 124.7%에서 지난달에는 114.5%로 10.2%포인트나 떨어졌다. 평균 응찰자도 14.2명에서 5.3명으로 줄었다. 수도권도 5월 낙찰가율이 110.5%에서 지난달에는 105%로 빠졌다. 평균 응찰자도 11.3명에서 6.4명으로 줄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주택시장에서 중대형은 물론 소형 아파트도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경매시장에서도 인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소형 아파트 낙찰가율도 10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유망경매 물건,인기 끝나나?

서울 강남 지역의 랜드마크급 유망 경매 물건도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완화 등이 예상되면서 일시적으로 경매시장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됐으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경매에 나왔던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아파트 153.36㎡는 감정가가 20억원이었지만 82.2%인 16억4400만원에 낙찰됐다. 법무법인 태승 박미옥 본부장은 “압구정동 미성같은 인기 매물이 경매시장에 나와 16명이나 응찰했으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낙찰가율은 무조건 100%를 넘었다”면서 “10여년 경매 업무를 한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더샵스타시티 163.5㎡는 감정가 17억원에 11억9500만원(낙찰가율 70%)에 낙찰됐고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아파트 141.32㎡는 감정가(20억원)의 72.6%인 14억53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 아파트 기준 9월 말 낙찰가율은 75.11%로 2000년 11월 75.22%를 기록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경매시장도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부동산 시장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처분조건부 매물이 나오고, 대출 금리 상승 등으로 경매 시장에 매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서다. 특히 경매는 경매 신청 이후 6개월 이후 입찰에 부쳐지므로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주택 시장 급매물 증가 추세가 경매시장에 반영되는 시기는 내년 상반기부터일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태인 이승용 과장은 “경기침체와 고금리 영향으로 내년 초께부터 경매물건이 늘어날 것”이라며 “물건이 쏟아지는 이 시기에 경매에 관심을 가진다면 시중 급매물보다 더 낮은 가격에 내집을 장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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