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 전회장, 회사 손해 여부가 배임죄 유무 갈랐다”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0 18:00

수정 2014.11.05 11:32

항소심 법원이 10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및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에 따른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법리적 문제가 해소됐다.

이번 판결은 항소심 재판부가 ‘신주 발행가격과 회사의 손익과는 무관하다’는 기존 판례를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의 핵심이었던 에버랜드 CB와 삼성 SDS BW 저가발행이 특정인에게 신주를 몰아줘 법인 주주들의 손해를 발생시켰더라도 결과적으로 회사의 손해는 없다는 것이다.

1심 역시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은 법리적으로 달리 해석했다.

1심은 에버랜드 사건을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인수 권리가 적법하게 부여된 ‘주주배정’방식이므로 특검 주장대로 법인 주주들이 공모해 이재용 남매가 신주를 인수토록 한 사실상의 ‘제3자주주배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제3자주주배정’일 경우 이 전 회장 등 그룹 경영진의 배임죄 처벌이 가능한다는 것이 원심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항소심은 신주배정방식이 주주배정이든지, 제3자주주배정이든지 상관없이 회사의 손해가 없다면 배임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3자 배정방식은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 가치 하락으로 손해가 발생하는데 원심은 기존 주주들의 손해를 회사의 손해로 포섭할 수 있다고 했으나 주주와 회사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주의 손해와 회사의 손해는 일치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는 제3자에게 저가 발행했을 경우에는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고, 주주배정에 대해서는 확립된 판례가 없다.

이미 기소돼 대법원에서 계류 중인 에버랜드 전ㆍ현직 사장 허태학ㆍ박노학씨에 대해 1,2심 재판부는 에버랜드 CB 저가발행을 사실상 제3자 배정으로 판단해 유죄 판결했다.


학계에서도 상반된 학설이 제기돼 신주 저가 발행시 회사에 들어올 돈이 들어오지 않아 배임에 해당된다는 ‘회사손해설’과 주주에게 발생한 손해일 뿐 회사 손해는 아니라는 ‘주주손해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삼성특검 항소심은 주주배정 방식이든, 제3자 배정 방식이든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이 아니다”며 ‘주주손해설’을 택했다.


항소심은 “오히려 회사의 이익이 주주들의 이익의 총화라는 견해에 의하면 기존 주주들의 손해와 신규주주들의 이익이 그 액수에 있어서 동일하므로 회사의 손해는 없는 것이 된다”며 “주주배정식 저가발행을 배임죄로 처벌해야 하는지 여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cgapc@fnnews.com최갑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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