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주식 팔자,팔자” 극단적 투매 속출..한때 1200선 무너져

안만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0 17:48

수정 2014.11.05 11:32



10일 국내 주식시장이 ‘바닥’을 뚫고 속절없이 곤두박질쳤다. 극심한 공포가 투매로 직결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투자심리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백약이 무효’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이번 주말에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등에 대한 기대로 이날 증시는 낙폭을 줄였다.

■투매가 투매를 불러

국내 증시는 패닉(공황) 상태에 빠진 투자심리가 투매를 부르고 있고 이는 공포를 불러 다시 매물이 쏟아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한때 1200선이 깨졌고 코스닥지수도 330선으로 주저앉기도 하면서 오전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도 호가를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오후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낙폭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공포가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규모 펀드환매 사태인 ‘펀드런’ 가능성 마저 언급되고 있어 반등을 점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위기의 근원이 해외에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토러스증권 김승현 리서치센터장은 “특별한 악재는 없으나 모든 상황이 악화되면서 투매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며 “반등에 대한 기대로 매수 접근했던 투자자도 실망으로 돌아섰는 데 이런 조정은 질이 극히 나쁘다”고 분석했다.

LIG투자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도 “극단적인 투매가 나오고 있다”며 “9월16일 이후 진행된 주가 하락이 금융위기 등 펀더멘털을 반영한 것이라면 이번 급락은 수급붕괴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국내투자자도 손절매, 투매를 시작했다”며 “펀드런이 시작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시간만이 해결

증시가 바닥을 모르고 곤부박질치면서 일각에서는 1000선마저 위험하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조차 증시 추락이 어디까지 이어질 모르는 상황에 빠지자 ‘저가 매수’라는 말조차 자취를 감췄다. 투자심리가 안정되고 금융시장의 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말들만 쏟아지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정책은 그동안 충분히 나왔으며 이제는 투자자들이 주가를 ‘정말 싸다’고 느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며 시장의 기능이 회복될 수 있다는 신뢰가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은 “블랙먼데이, 미 주택대부조합파산 등 주요 금융충격 시기에도 리보금리가 안정되는 데에는 한달이나 두달이 걸렸다”며 “지금 같은 경우에도 지금부터 한두달이 고비다.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되면 그 결과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같이 혼란에 빠졌지만 한국은 아직 금융불안 여파가 실물경제까지 심각하게 전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 증시가 빠르게 반등세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국 주가가 순자산비율(PBR) 0.86배로 추산되는데 과거 카드사태 때와 맞먹는 공황상태며 여기서 조금 더 나빠지면 PBR 0.7배였던 외환위기 때와 비슷해져 저가매력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은 반등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일각에서는 현재 주가수준이 한국 4대 은행 가운데 하나가 부도나고 재계 순위 10위 안의 기업이 망했을 때나 해당하는 극단적인 주가 수준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키움증권 전지원 연구원은 “원화 표시 코스피지수는 고점 대비 37.2% 하락했지만, 달러 표시로는 58.7% 하락했다”며 “최근 상하이종합지수가 버블 붕괴 이후 달러 표시로 고점 대비 66%선에서 낙폭이 진정된 점을 보면 우리증시의 추가 조정폭은 7% 정도에서, 코스피지수는 1200선 근처에서 단기바닥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grammi@fnnews.com 안만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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