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임산부 70% “허리 아파요”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0 17:55

수정 2014.11.05 11:32



임산부 10명 중 7명이 임신으로 인한 요통을 경험하지만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잘못된 습관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차병원과 자생한방병원이 지난 9월 임산부 100명을 대상으로 ‘임산부 허리건강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0%가 임신기간 중 요통을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10일 밝혔다. 요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는 만삭(8∼10개월)인 임신 말기(33.8%)보다는 임신중기(46.5%)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중기(임신 4개월부터 7개월)는 급격한 체중증가와 호르몬의 변화가 큰 시기이기 때문이다.

■임신 중기 급격한 체중증가로 요통경험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한원보 교수(강남차병원 산모문화센터 소장)는 “임신 전의 자궁은 평균 약 100g 이하의 무게인데 비해, 임신 말기에는 자궁의 무게가 약 1000g(1kg)정도로 약 10배 가량 무거워진다”며 “자궁 속의 태아와 양수, 태반으로 인한 무게 증가가 골반이나 등뼈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많은 산모들이 임신 중 요통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자생한방병원 김철수원장은 “임신 중에 척추 주변의 근육과 인대가 늘어나는 몸무게를 적응하지 못해서 심한 요통을 경험하게 된다”며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운동으로 임신 중기 요통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임산부의 요통은 평소 생활 자세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자세에 따른 요통 발생 유무를 설문한 결과 주로 장시간 서 있을 때(84.5%)나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을 때(83.1%), 딱딱한 바닥에 정자세로 앉아 있을 때(77.4%) 등 한 자세를 오래 유지했을 때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특정 자세와 관계 없이 요통이 있다는 임산부는 26.7%에 불과했다.

■척추 부담 자세 선호해 요통 심해

하지만 자세 때문에 요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비율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임산부들이 척추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잘못된 자세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한 한쪽 방향으로만 눕기(81.8%), 의자에 걸터앉기(47.9%) 지나치게 푹신한 잠자리(60.6%)등 나쁜 습관을 선호하는 임산부가 많았다.

특히 한쪽 방향으로만 눕는 습관은 골반변위를 발생시켜 출산 후 요통이 생길 수 있다. 의자에 걸터앉는 자세는 자연스럽게 배를 앞으로 밀어내 척추의 과전만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나쁜 자세이다. 또 지나치게 푹신한 잠자리 역시 근육과 인대의 이완으로 허리의 지탱하는 능력이 약해진 임산부에게는 좋지 않다.

하지만 요통으로 인해 병원을 찾은 임산부는 7%에 불과했다. 응급요통이 발생해도 아무런 처치 없이 누워서 쉬거나(50.7%), 가벼운 스트레칭(12.7%), 마시지나 지압(12.7%)으로 통증을 참고 견디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생한방병원 김철수 원장은 “임신 기간 중에 생긴 요통은 아이를 낳고 나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통증이 심하거나 종아리 뒤쪽으로 짜릿한 통증이 있거나 손과 발이 저리는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척추질환의 가능성이 의심되므로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바른 자세 유지하자

임산부는 가능한 바닥보다는 의자에 앉는 것이 좋다. 특히 정좌로 앉는 것은 피한다. 다리부분에 혈액이 잘 돌지 않기 때문이다. 바닥에서는 다리를 펴고 앉거나 발바닥을 방바닥에 붙이고 앉는 것이 좋다. 허리에 힘이 들어갈 때는 손을 뒤로 짚어 지탱해 허리와 배에 힘을 덜어준다. 가능한 벽에 쿠션을 대고 기대앉는 것이 좋다.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깊숙하게 넣어 앉는다. 이 때 의식적으로 등을 곧게 펴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 앉아 있을 때는 교대로 다리를 들어줘 부종을 방지하고 손을 깍지 끼고 위로 올려 조금씩 움직여 주면 좋다. 의자 아래에 쿠션이나 받침대를 놓고 다리를 올려놓으면 한결 편안하다.

서있을 때는 발은 늘 어깨 너비로 벌린다. 이 자세는 무게 중심이 한군데로 쏠리지 않기 때문에 덜 피로하다. 또 한 발을 앞으로 내놓고 서 있으면 허리에 무리가 덜 간다. 싱크대 등의 작업대 앞에 설 때는 배가 작업대에 압박받지 않도록 조심하고 한쪽 발을 앞으로 내놓거나 한 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받침대를 놓고 양쪽 발을 번갈아가면서 올리도록 한다.

걸을 때는 배가 무겁다고 내밀거나 허리를 굽히지 말고 등을 쭉 펴고 앞으로 미는 듯한 느낌으로 걷는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반드시 난간을 잡아 허리에 가해지는 무게를 덜어주는 게 좋다.

임산부는 무거운 배 때문에 똑바로 눕기 어렵다.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눕게 되면 자궁이 하반신의 정맥을 눌러 혈액 순환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옆으로 눕는 것은 좋지만 일정한 간격으로 눕는 방향을 바꾸어주어 허리와 골반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옆으로 눕고 일어날 때는 손을 짚으면서 천천히 일어난다.
왼쪽으로 누우면 심장의 부담이 줄어들어 좀더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리 사이에 쿠션을 끼우는 것도 좋은 방법. 잠자리는 너무 푹신한 것보다는 허리를 지지할 수 있는 적당히 딱딱한 것이 좋다.
임산부의 경우 호르몬의 영향으로 허리주변 조직이 느슨해지며 허리가 체중을 충분히 지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너무 푹신한 침대는 오히려 허리의 피로를 가중시킬 수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