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도넘은 ‘국감 의원 모시기’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0 18:15

수정 2014.11.05 11:32

“일도 많은데 왜 꼭 여직원이 새벽부터 나와서 승강기 안내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짜증만 나요”

“국감이면 검찰이 하는 것이지 민원인들에게 불편을 주는 이유가 뭡니까. 조사 받으러 오지 말라고 하든지”

“저희는 법원과 같이 생선회는 의원님들에게 드리지 않습니다. 상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안심을 준비했습니다”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린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서는 여직원들에게 승강기 안내를 지시하는 등 ‘의원님 모시기’가 남달리 극진했다.

피감기관인 서울고검 산하 지검은 이날 오전 일찍부터 여직원 8명과 남직원 2명이 청사 현관 승강기 앞에서 대기한 채로 의원들을 안내했다. 일부 여직원은 승강기에 직접 탑승한 채 국감 관계자 대신 1층과 15층 버튼을 번갈아 누르는 역할을 맡았다.

서울고검 청사에서 민원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승강기는 피의자 전용 등을 제외하고 모두 6대. 이 중 2대는 현재 공사 중이기 때문에 실제 민원인이 탑승 가능한 것은 4대 뿐이다.

그러나 국감 당일은 검찰 직원들이 이 가운데 2대를 1층과 15층을 오가는 ‘국감 전용 승강기’로 활용했다.
검찰 간부 등이 이용하는 승강기 1대를 포함하면 모두 3대가 국감용인 셈이다.

따라서 민원인들이 검사실로 올라가거나 내려오기 위해서는 나머지 2대만 이용해야 했고 인원이 몰리면서 한 참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민원인들은 애꿎은 방호원들에게 화풀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호원들은 이렇다할 대답을 찾지 못하며 진땀만 흘렸다.

검찰은 이 같이 대처하기 위해 따로 문건으로 작성,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공지사항으로 올렸다. 명칭은 ‘국정감사 대비 계획’이다.

여기에는 운영시간, 현관 대기조 및 차량 지도조 등 직원배치, 부서별 차출 인원수 등도 상세히 적시돼 있는 것을 알려졌다.

소속을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한 한 여직원은 “밥도 제 때 먹지 못하고 하루 종일 승강기만 타고 있으며 동료들 불만도 상당하다”면서 “높으신 분들 눈치 보는 것도 좋지만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모 의원 보좌관은 “많은 피감기관들을 다녀봤으나 여직원을 시켜 승강기 심부름을 시키는 것은 처음 본다”며 “아무래도 의원들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서울고검 산하 지검의 의원 대접은 오찬에서도 계속됐다. 검찰은 청사 구내식당을 일반인과 국감기관 관계자, 의원 등 3곳으로 각각 나눠 놓고 식사를 대접했다. 의원들 메뉴는 한식에 쇠고기 안심이 곁들여졌다.

전날 법원은 식당에서 주 메뉴 외에 생선회를 내놨다.


청사 밖에서는 검찰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며 시위를 벌여왔던 ‘좋은 사법 세상’ 여성회원 4∼5명들이 평소와 다른 방호원들의 제지에 고성을 지르며 대응하기도 했다.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서 어쩔 수가 없다.
잠시만 물러가 계시라”는 게 방호원들의 설명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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