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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병석씨 주가조작,재벌등 수십명 지휘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0 20:38

수정 2014.11.05 11:31



코스닥 업체 여러 곳의 주가를 조작하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선병석씨(53)는 재벌가(家) 자제들과 친분을 활용하며 십수 명에 이르는 ‘주가조작 팀원’을 지휘하는 사실상 ‘총괄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 서울시테니스 협회장을 맡았었던 선씨는 이 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당시 이른바 ‘황제테니스’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10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봉욱)에 따르면 선씨는 상장사 뉴월코프 회장, IS하이텍 고문, 덱트론 대표 등 10여 개 회사 및 사회단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를 맡아 활동해 왔다.

그는 이 같은 신분을 이용, 두산그룹 4세 박중원씨(40.구속 기소)와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아들 노동수씨 등 ‘재발 브랜드’가 가능한 유명인사를 경영진으로 영입했고 범행에 필요한 ‘팀원’들을 임원 및 경영진으로 선임키도 했다.

선씨는 2006년∼2007년 증권가에 ‘재벌 2∼3세 테마주’ 바람이 불자, 뉴월코프 전 사장 조모씨(29.구속 기소) 등 공범들과 함께 박씨를 ‘바지사장’으로 영입해 그가 자기자금으로 뉴월코프 지분 6.88%(513만여주)를 인수한 뒤 신규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호재성 허위 사실을 공시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월코프 주가는 이에 힘입어 2006년 9월 종가기준 주당 610원에서 박씨 영입 소문이 돌던 2007년 2월 1100원으로 오르더니 유상증자를 통해 304만주를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됐을 때는 1960원까지 3배 이상 치솟았다.


선씨 등은 이런 사기적 부정거래를 통해 2007년 2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113억여원의 부당차익을 챙겼다고 검찰은 전했다.

선씨는 또 2007년 7월 비슷한 방법으로 노씨가 자기자본 42억원으로 IS하이텍 지분 4.13%(150만주)를 취득해 회사를 인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하고 언론에 보도 되도록 해 시세차익을 노린 혐의도 받고 있다,

IS하이텍은 현대가 3세 정일선씨 3형제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됐을 때는 주가가 급등했으나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선씨를 이를 회복하기 위해 현대가와 친분이 두터운 노씨를 영입했지만 IS하이텍 주가는 허위 공시 전일보다 5% 상승했을 뿐 하락세를 대폭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선씨는 이 과정에서 지배주주인 것처럼 연기해 주는 대가로 박씨 및 노씨에게 업계 최고 수준인 연봉 2억∼3억원과 법인카드, 차량 및 기사 지급, 향후 수익 분배 등을 제시했으며 자신도 1여년 동안 매월 400∼500만원에 이르는 급여와 법인카드, 운전기사 2명 등 호화생활을 누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선씨를 비롯한 ‘주가조작 세력’들은 뉴월코프 자금으로 IS하이텍을 인수하고 IS하이텍에서 빼돌린 자금으로 덱트론을 인수했으며 LG그룹 방계인 구본호씨의 레트캡투어 투자, 현대가 3세 정일선 3형제의 IS하이텍 유상증자 참여 등의 호재성 정보도 최대한 활용했다.

선씨는 아울러 IS하이텍과 덱트론 유상증자 대금 30억원을 빼돌려 경기 가평군에 3305㎡ 규모의 토지 매입대금에 사용하고(특경가법상 횡령) 이들 회사 2곳과 뉴월코프 자금 8억여원을 개인용도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 및 배임)도 영장에 포함됐다.


검찰은 노씨 역시 이미 기소된 박씨와 마찬가지로 명의만 빌려준 뒤 허위사실을 유포해 이득을 노린 공범이라고 보고 조만간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다만 정씨 형제의 경우 아직까지 정상적인 투자로 불법성 여부는 발견하지 못해 수사를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 사건만 공모했다면 ‘작전세력’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번에는 규모가 워낙 커 ‘주가조작 세력’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라며 “일반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겨주고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했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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