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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자재 “납품할수록 손해”

유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0 20:43

수정 2014.11.05 11:31



건자재 업체들이 환율인상과 원자재가 인상으로 실질적인 원가상승 부담이 40% 이상 높아졌으나 정작 건설회사에서는 납품가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원달러 환율이 40%, 원유로환율이 50% 가까이 올랐지만 건설사에서 계약금액을 강조하며 단가인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건자재 업계 중 건설사의 단가 인상 거부에 가장 큰 위기를 겪는 업체들은 마루, 대리석, 창호, 주방가구, 도어 등 마감재 생산 및 수입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올들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데다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원자재와 제품 수입가격이 건설사 납품가격보다 높아졌지만 건설사에서 이에 대한 인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자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된 것.

합판마루와 강화마루의 장점이 결합된 강마루를 생산하는 A사는 올해 마루용 합판과 접착제 가격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늘면서 공장 출고가가 올초 3.3㎡당 3만8000∼4만2000원 선에서 5만3000원으로 올랐지만 건설사 납품 가격이 제자리여서 손실을 감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강마루의 건설사 납품가격은 시공비를 포함해서 7만2000원 선에 불과하다. 별도의 시공비 1만5000원과 접착제 가격과 운반비를 빼면 오히려 마이너스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단가를 올려주지 않으면 납품이 어렵다고 하면 다른 현장 입찰에 아예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며 “건설사가 하청 건설사에 외주를 주면서 사실상 자재업체들은 하청건설사와 거래해 단가인상 요구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부지기수”라는 말도 덧붙였다.

수입업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벽장재 등 인테리어 자재를 수입하는 B사는 2006년 건설회사와 납품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골조공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마감재를 납품하게 됐다. 이 회사는 계약 당시 유로화 환율이 1200원 미만이었지만 최근 2000원을 넘어서면서 수입제품의 경우 선적일의 환율을 적용해 결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탈리아 현지에서 선적을 미루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유로화 환율이 내리기만을 기대하며 선적을 하루이틀 미루다가 오히려 환율이 더 올라 고민”이라며 “건설사는 단가를 올려줄 생각을 안하고 납기일을 지키라고 독촉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전했다.또 “건설사 납품도 납품이지만 올해는 적자와 매출 감소가 예상돼 내년도에 투자 자체가 어렵다. 적자가 발생하면 대출이 어려워 신규투자는 꿈도 못꾼다”며 벌써부터 내년을 걱정하고 있었다.

특판가구 회사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06년 장당 7200원이던 파티클보드가 올해 1만 1500원으로 인상되면서 원가 부담이 25% 가량 높아졌지만 다른 현장에 납품이 막힐 것을 우려해 단가 인상 요구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가구의 경우 파티클보드로 가구 프레임을 제작할 때 로스(규격이 작아 버려지는 부분)가 많아 실제 원가 부담은 25%를 상회하고 가구 마감재인 무늬목도 북미와 유럽산의 비중이 높아 환율인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손실을 보더라도 내년과 후년을 위해 납품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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