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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수상자, 박승모 개인전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2 16:04

수정 2014.11.05 11:30

▲ 박승모의 <여인>
와이어로 오브제를 포장해 새롭게 재현

■갤러리 아트싸이드, 박승모 개인展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한 젊은 조각가 박승모는 알루미늄 와이어로 대상을 친친 감아서 오브제의 맥락을 바꾸기도 하고, 재현하기도 한다. 그는 몇 년 전 그랜드피아노를 알루미늄 와이어로 결박함으로써 피아노가 본래 지닌 기능을 박탈하여 하나의 오브제로 제시한 바 있다. 그와 유사한 작업을 시도한 마르셀 뒤샹(타자기의 덮개 이용해 대상을 은폐)이나 대지예술가 크리스토(베를린 국회의사당 포장)와는 다르게 오브제를 결박한 후 작가에 의해 새롭게 의미가 부여된 거대한 덩어리를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박승모의 <여인>
박승모가 오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아트싸이드(02-725-1020)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 작업과는 달리, 오브제를 충실하고 집요하게 재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이상봉의 옷’(160×151×188㎝)을 제작하기 위해 100명에 이르는 실제 인물을 라이프 캐스팅했다.
그리고 캐스팅한 작품을 다시 가느다란 알루미늄 와이어로 포장함으로써 패션모델의 머리카락 한올까지도 섬세하게 살려내고 있다. 패션모델의 아름답게 드리워진 옷자락이나 하늘로 휙∼ 날릴 것 같은 머리카락은 마치 실물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작품을 보면 미라 위에 황금가면을 덮는 이집트의 독특한 매장풍습이 떠오른다.
그의 인물상 또한 미이라처럼 시간의 흐름을 결박해 놓았지만, 와이어로 포장되는 순간 인물의 인격은 사라지고 익명성이 부각된다.

미술평론가 최태만씨는 “박승모가 선보인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특정한 누구인가가 아니라 바로 그 작품의 독특함이다.
의상의 부드러운 디테일까지 섬세하게 묘사한 이 작품에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손기술의 숙련이 제공하는 재현의 놀라움이다”라고 말했다.

/noja@fnnews.com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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