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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원화·주가·집값..중산층 살맛 안난다

한민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2 19:16

수정 2014.11.05 11:29


지난 90년대 말 외환위기 위기는 한국의 중산층을 붕괴시켰고 수많은 노숙자들을 만들어냈다. 최근 곤두박질치는 주가와 끝없이 오르는 환율 등으로 ‘제2의 외환위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가뜩이나 팍팍한 중산층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금융시장 불안은 평범한 중산층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잠실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주부 김모씨(42)는 로또인줄 알았던 아파트가 오히려 가계부를 옥죄고 있어서 마음이 답답하다.

살고 있던 집을 팔고 대출을 받으면 충분히 입주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부동산 경기가 꺼지면서 살던 집이 빠지질 않아 입주를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급하게나마 전세로 돌릴까 해서 30평형대 아파트를 2억원 초반에 내놓았는데 이마저도 나가지 않아 속을 태우던 김씨는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너무 어렵다고 판단,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30만원으로 돌려서 대출 이자를 낼 요량이었으나 비슷하게 나온 집들이 많아 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 대리(32)는 최근 주가가 폭락하면서 펀드에 넣어두었던 종자돈(4000만원)을 절반 넘게 까먹으면서 결혼을 미뤄야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펀드에 장기 투자하는 것은 정기 적금에 넣는 것 만큼 안전하면서도 예금 금리보다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2년 전부터 꾸준히 펀드를 불입해 왔던 그다.

지난해에는 제법 높은 수익이 나온 것에 한껏 기대가 높아진 김씨는 올해 초 더 큰 금액을 새로운 펀드(거치식)에 가입했다가 그만 낭패를 본 것이다.

내년 봄에 결혼식을 예정했던 김 대리는 전셋값 중 일부가 날아간 상황이라 결혼을 미뤄야 할지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할지 난감한 상태다.

또 다른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오 과장(38)은 브릭스 펀드에 들어간 돈 5000만원을 생각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 지난해 친구들이 펀드로 재미를 본 것이 내심 부러웠던 그는 은행 직원이 브릭스 펀드가 유망하다고 추천해 주는 말에 두 번도 생각않고 가입했다가 마음 고생이 심하다.

이미 반토막이 난 상황이라 찾기에도 억울하고 그냥 두자니 휴지 조각이 될 것 같은 불안감에 끙끙 앓고 있다.

중학생 딸을 둔 최모 차장(46)은 겨울 방학 동안 캐나다에 두달간 어학연수를 가겠다고 한 딸을 설득하느라 마음이 편치 않다. 반 친구들과 같이 가기로 약속을 했다며 아빠를 졸라대지만 캐나다 달러가 1200원 가까이 오른 상황에서 한 달에 5000달러 가까운 비용을 댈 자신이 없다. 가격이 그나마 저렴한 필리핀으로 가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고 있지만 그조차도 2개월에 500만원 돈이어서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필리핀 영어학원의 한 교사는 “미국이나 캐나다로 연수를 가려다가 필리핀으로 왔다는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에 살고 있는 조카의 결혼식에 참석하려던 황모씨(54)는 비싸진 항공권과 치솟는 환율에 결혼식 참석을 포기했다. 왕복 비행기 값만 200만원인데 황씨 부부가 같이 참석하려면 적어도 500만원은 너끈히 교통비로만 날아가는 셈이었다.


황씨는 “환율하고 항공료 때문에 대부분의 친척들이 참석을 못한다고 해서 조카뿐만 아니라 언니도 굉장히 속상해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있는 직계 가족과 친구들만 참석하는 조촐한 식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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