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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흥시장 전망 양호”/UBS 제프리 웡 전무

안상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3 18:50

수정 2014.11.05 11:23



【싱가포르=안상미기자】 지난해 10월 2000선을 돌파했던 국내 증시가 1200선까지 폭락했다. 연초 이후 코스피 지수 등락률은 -38%가량.

올 들어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30조원 가까이를 팔아치우면서 지수를 끌어내리는데 앞장섰지만 아직도 긍정적인 전망은 나오질 않고 있다. 세계 특히 미국 경기에 민감한 한국 경제 구조의 특성상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UBS글로벌자산운용의 글로벌 신흥시장 대표인 제프리 웡 전무(사진)는 지난 9일 싱가포르에서 자산운용협회 주최로 가진 이머징 증시 전망 세미나에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경기사이클에 가장 민감하며 밸류에이션 역시 낮지 않은 상태”라며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이나 운송, 화학 등의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UBS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Underweight)’로 제시해 왔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UBS의 한국 시장 비중 조정률은 -4.1%로 신흥시장 중 축소폭이 가장 컸다.
멕시코(-2.0%)와 남아프리카공화국(-1.7%), 칠레(-1.4%)가 그 뒤를 이었다.

그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정보기술(IT) 업종도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하지만 화학업종의 경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주가순자산비율(PER) 밑에서 거래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선진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 한국 등과 달리 미국 경기보다 신흥국 간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나 인도네시아 등의 비중은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웡 전무는 “러시아 증시의 경우 최근 글로벌 투자심리 악화와 그루지야 전쟁, 개별 기업들의 부정적 뉴스들로 급격한 조정이 이뤄졌다”며 “펀더멘털이나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흥시장 전망은 여전히 나쁘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선진국 증시보다 더 흔들렸지만 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신흥시장은 단기적인 악재에 노출돼 있을 뿐 레버리지 비율이나 기업·가정의 부채율이 선진국보다 낮다”며 “견실한 재무상태와 빠른 성장속도를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흥시장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안팎. 그러나 지금과 같은 성장 속도라면 선진국을 따라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웡 전무는 “중국의 경우 2015년에는 일본의 GDP를 따라잡으면서 브릭스 국가(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GDP가 2040년까지는 G6(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국가보다 커질 수도 있다”며 “구매력 기준으로 할 경우 신흥시장 GDP는 이미 전 세계의 5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밸류에이션도 매력적이다.
금융시장 위기가 부각된 지난해 말 이후 신흥증시는 선진국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기록하면서 과거 평균 PER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hug@fnnews.com안상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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