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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바겐세일? 싸기는 한데...

이창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4 00:31

수정 2014.11.05 11:22



#사례 1. 올해 초 주식투자에 입문한 회사원 나초보씨(32)는 최근 급락장을 이용해 월급을 쪼개서 우량주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직장 동료의 권유로 A회사 주식에 1000만원가량을 투자한 나씨는 이 회사 주가가 반토막으로 깨지며 주식투자의 쓴맛을 봤다. 나씨는 “동료가 회사 내부정보를 입수했으니 지금 투자하면 주가가 두배, 세배 갈 수 있다고 말해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고 말았다”며 “지금 생각하면 내부 정보는커녕 조작된 정보였지만 무식한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나씨는 그 때 일을 교훈 삼아 주식투자에 관한 책도 읽고 각종 정보도 습득하며 공부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장기투자에 나서고 있다.

#사례 2. 주식투자 10년차의 고수익씨(53)는 “당분간 증시 관련 뉴스는 쳐다보지도 않을 생각”이라며 고수익의 꿈을 접었다. 지난 10일 장중 한 때 1200선이 무너지며 고씨도 극도의 패닉(공황) 상태에 빠진 것이다.
자산의 70%를 주식에 직접투자한 나씨는 주식시장이 급락하며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고씨는 “전문가들이 저가매수, 저가매수를 강조하는데 과연 어디가 바닥인지 알 수도 없고 투자에 대한 자신감도 잃어 손절매하고 주식시장을 떠날 계획”이라고 하소연했다.

주식시장이 급락하며 개미(개인투자자)들이 패닉상태에 빠졌다. 바닥을 알 수 없는 상황에 큰 손실을 본 개미들은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이 ‘역발상 투자’를 할 때라며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집중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추세적 반전은 내년 하반기나 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현금비중을 늘리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과연 어느쪽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까. 투자자들은 더욱 혼란스럽기만하다.

13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2064.85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31일 고점대비 지난 10일 종가기준으로 39.88%나 하락했다. 지난 10일 장중에는 1200선이 무너지며 1178.51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종목별로 하락률을 살펴보면 더욱 암담하다. 같은 기간 코스피시장 804개 종목 가운데 상승한 종목은 44개 종목으로 5.47%에 불과하다. 코스피지수 수익률보다 더 많이 떨어진 종목은 57.34%에 달한다. 코스닥 종목은 더욱 심하다. 40% 이상 하락한 종목이 전체 950개 중 651개로 68.53%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 기업인 에이치엔티의 경우 지난해 10월 31일 종가가 5만3200원을 찍었지만 지난 10일에는 1340원을 기록 97.48%나 폭락했다. 90% 이상 하락한 종목이 코스피 3개, 코스닥 29개에 달했다.

저가매수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폭락장으로 ‘싼 주식’이 널렸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부사장은 “시장이 안 좋을 때 주식을 사고 좋을 때 파는 투자의 기본원칙을 고려하면 사실 지금은 주식을 사야할 상황”이라며 “주가가 언제 올라갈지를 지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투자심리가 최악이고 기업들의 체질이 튼튼하다는 점에서 분명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 임정석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조정을 날카롭게 받아 기술적 반등이 나올 시점이고 경기 이익 등을 감안하면 내년 1·4분기 중반 정도에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6개월 호흡을 갖는 투자자는 지수조정의 저점을 봤기 때문에 지금이 매수 시점이고 기존에 낭패를 본 투자자는 내년 1·4분기 중반에 시장 반등을 노려 투자해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SK증권 오상훈 리서치센터장은 “수출 경기가 급속도로 후퇴할 우려가 커 기업 실적도 내년 상반기 바닥을 보이고 증시의 추세적 반전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주식·펀드의 비중을 줄이라고 권유했다.

/ch21@fnnews.com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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