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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제조업 ‘울며 조업단축’

유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14 13:56

수정 2014.11.05 11:20

금융위기 여파 속에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올 초부터 원자재가격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기업들이 조업단축에 나섰다.

막대한 환차손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들이 높은 원자재가격으로 원가부담이 높아지면서 아예 공장가동을 줄이는 고육지책을 통해 위기관리에 나서고 있다.

13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부터 금융권의 유동성 확대책에 따라 키코 피해기업을 중심으로 피해 확산이 다소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올 초부터 이어진 원자재가격 부담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이미 공장 가동률을 줄이기 시작했다.

신발제조업체인 A사는 일시적으로 환율급등세가 수그러들면서 한숨은 돌렸지만 하루 평균 200원의 등락을 보이는 환율과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경제상황에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이 업체는 중국 현지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한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위안화까지 덩달아 급등하면서 한국측 수입업체로부터 결제대금을 못받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접착제의 주원료인 요소 가격이 중국의 수출세 인상으로 올 들어 수입가격 부담이 40%가량 늘어난 데다 환율까지 오르면서 요소 수입 자체가 어려워지자 접착제 기업들은 먼저 ‘재고량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의 산업용 접착제 제조사인 B사는 재고보유량을 줄이고 원료 수급이 어려워 주문 후 생산 방식으로 감산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최근 제조업체 중에는 드물게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교대 근무로 일주일 내내 공장을 가동하던 때에 비하면 조업률이 30% 이상 감소했다.

원자재가격 인상 여파로 올해만 4차례 가격인상을 단행한 합판업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원목 때문에 최근 환율 상승으로 본 환차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밀도 섬유판(MDF)이나 파티클보드(PB)의 경우 국산 목재를 사용할 수 있지만 합판의 경우 원목 직경이 최소 25㎝ 이상 돼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가 부담이 높아지자 공장 가동률도 ‘주 4일체제’로 줄어들었다. 원가 부담이 높아진 데가 재고까지 쌓일 경우 출혈경쟁으로 제품가격 하락을 가져올 것을 우려한 조치다.

합판업계 관계자는 “1100원대에 사별로 50억원 수준이던 환차손이 최근의 환율 급등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며 “생산할수록 원가부담으로 손해가 나는데 공장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기업과 OEM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경기도 광주에 공장라인을 증설한 C사는 경기 악화로 대기업에서 구매하는 양이 줄어들면서 감산을 하지 않으면 판로가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업종을 공개하면 우리 회사가 노출돼 대기업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된다”며 “현재 새로 증설한 라인은 거의 가동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이 회사는 공장 증설당시 빌린 차입금 때문에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해야 이자를 납부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믿었던 대기업에서 제품 구매량을 줄여버리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시멘트 기업들의 생산량도 올 들어 감소했다. 양회협회는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인해 건설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출량이 줄어든 것이 생산량 감소의 원인”이라면서 “다른 중소기업처럼 국내 상황으로 인한 의도적인 감산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5개월 연속 하락한 69.5%를 기록해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양재혁 이재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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